[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임성일 기자]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최강희호의 항해가 끝이 났다. 2011년 무거운 책임감으로 지휘봉을 잡은 최강희 감독이 대한민국에 월드컵 8회 연속진출이라는 선물을 안기고 배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마무리는 최악이었다. 본선에 나갔으나 웃을 수가 없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8일 오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8차전에서 0-1로 패했다. A조 2위로 브라질행 티켓은 따냈으나 빛이 크게 바랬다.
최강희호의 1년6개월 여정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잔칫날이 되어야할 마지막 무대가 난장판이 된 씁쓸한 마무리였다. 사진(울산)= 옥영화 기자 |
최강희호는 2012년 6월8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1차전에서 이근호의 2골을 앞세워 4-1 대승을 거두고 서전을 장식했다. 나흘 뒤 고양시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차전도 2골을 터뜨린 김보경이라는 신데렐라의 탄생과 함께 3-0 완승을 거뒀다. 너무 일찍 본선행이 결정되는 것 아니냐는 행복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3, 4차전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은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3차전에서 2-2 무승부로 주춤하더니 같은 해 10월 이란 원정 4차전에서 1명이 빠진 상대에게 일격을 허용해 0-1로 패배, 처음으로 쓴 잔을 들이켰다. 이때부터 최강희 감독을 향한 여론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2012년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11월 호주와의 평가전(1-2) 그리고 2013년 첫 일정이었던 2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0-4)에서 모두 패한 것도 찬물을 끼얹었다. 선수선발과 전술실험을 위한 평가전이었으나 팬들에게는 어쨌든 A매치 3연패 수렁에 빠진 최강희호였다.
최강희 감독의 '시한부 지도자' 자질론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때 최강희 감독은 배수진을 쳤다. 자신의 이후 행보에 대한 말을 삼간 채, 남은 최종예선은 내용보다 결과에 초점을 맞춰 치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실상 약속은 지켜나갔다. 최강희호는 최종예선 5, 6, 7차전에서 2승1무를 거두고 승점 7점을 챙겼다. 이것으로 본선행은 거의 결정됐다. 하지만, 팬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내용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26일 서울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5차전에서 2-1 승리를 거뒀으나 종료 직전 손흥민의 결승골이 아니었다면 무승부에 그쳤을 상황이다. 반드시 승점 3점을 따서 오겠다던 6월5일 레바논 원정도 1-1 무승부에 그쳤다. 역시 종료를 앞두고 김치우의 프리킥골이 최강희호를 구했다. 살 떨리는 승부였던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7차전 역시 승리를 거두기는 했으나 상대 자책골에 편승한 1-0 신승이었다. 팬들의 원성이 ‘부실한 내용’으로 향했던 배경이다.
때문에 이란전은 승점 이상으로 승리가 필요했다. 그것도 내용이 좋은 산뜻한 승리여야 했다. 그래야 ‘유종의 미’가 가능했다. 그러나 원하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다. 외려 최악의 시나리오가 됐다. 복수를 꿈꿨던 이란에게 0-1로 패했고, 이란 선수들의 비매너가 잔칫날이 되어야할 무대를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다.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에게 ‘주먹감자’를 날리는 어이없는 일도 감행했다. 최악이었다.
애초 원했던 브라질 땅에는 어렵사리 닻을 내린 최강희호다. 하지만 그 마지막은 너무도 씁쓸했다. 고생했던 최강희 감독과 선수들이 멋진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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