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겨울에 부임해 2012년 2월 목포에서 선수들과 함께 처음으로 의지를 다졌던 최강희 감독의 대표팀 여정이 2013년 6월 울산에서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어느새 닻을 올린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우여곡절이라는 바다를 건너 이제 최강희호는 다시 닻을 내리려하고 있다. 오는 18일,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최종전이 끝나면 선장 최강희는 배에서 내린다. ‘유종의 미’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같은 마음이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마음이다. 최강희 감독을 위해 이란전이 아름다워야 하는 더 큰 이유는 다시 시작을 알리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적어도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기 전 대중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축구 감독이다. 축구 지도자를 살아가면서 좀처럼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든 한국에서 그를 향한 여론은 이례적이다 싶을 만큼 후했다.
넉넉한 웃음과 맛깔 나는 입담 그리고 친근한 외모와 함께 그에게는 ‘봉동이장’이라는 촌스럽고도 매력적인 닉네임이 붙여졌다. 실력을 동반하지 않는 웃음과 입담과 외모였다면 대중들이 굳이 붙여주지 않았을 애칭이다.
전북을 2009년과 2011년 K리그 정상으로 이끌면서 최강희 감독은 2000년대 이후 가장 성공한 축구지도자로 명성을 쌓아갔다. 2006년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아시아를 호령하기도 했다. 큰 발자국을 찍었다. 색깔이 명확한 족적이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최강희 감독의 전북’이라고 하면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이제 닥공은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누구를 만나도 당당하게 몰아치던, 앞서고 있어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상대를 윽박지르던 전북의 공격적인 색채는 수많은 축구팬들을 환호케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보기에 좋은 축구였다. 그런데 보기 좋은 축구가 성적이라는 열매까지 척척 따냈으니 대중의 박수갈채와 여론의 따뜻한 바람은 당연했다.
그 박수와 바람은, 실상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를 때 그를 뒤에서 밀었던 기운이기도 하다. 전임 축구협회장의 삼고초려를 비롯해 적잖은 축구 선후배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위해 희생해줄 것을 요구할 때, 대중의 파도와 바람은 “그래, 최강희가 답이다”는 말로 호흡을 맞췄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사람의 운명이라는 것이, 숙명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구나”는 생각으로 짐을 짊어지었다고 했다. 그러자 대중의 파도와 바람은 고맙다며 그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 최강희 감독이 “내 소임은 분명 최종예선까지다. 월드컵 본선은 더 훌륭한 지도자가 이끌어야한다”는 말로서 스스로 역할을 한정했을 때도 여론은 그의 욕심 없이 단호한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부디 소임을 완수해주고 봉동으로 돌아가기를 기원해줬다. 그런데, 많이 변했다.
화창한 날씨에 순풍에 돛단배처럼 미끄러졌다면 금상첨화겠으나 그러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최강희 감독은 키를 단단하게 잡고 항로에 벗어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대중은 신바람이 나지 않는다며 탓했다. 여론은 냉랭했다. 별 수 없는 일이다. 파도의 마음과 바람의 움직임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오는 18일 이란전은 정말 아름다운 마무리가 됐으면 싶다. 한국 축구를 위해서도 물론이지만, 최강희 감독을 위해서도 끝이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란전은 내용도 결과도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1년 6개월 전에 ‘그래, 최강희가 답이다’라고 외쳤던 바람들을 위해서도 같은 매조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과 여론의 큰 풍파에 밀려 응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그때 그 바람들이 적어도 마지막에는 웃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강희는 아니다'고 외친 바람들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희생이란 단어까지는 과할지 몰라도, 애쓴 이의 노력이 박수는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필요로 했던 역할을 완수하고도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여론의 종잡을 수 없음을 이해해도 아픈 일이다. 그래서 부디, 이란전은 잘했으면 좋겠다.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적잖은 바람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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