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30일 잠실구장에 해가 떴다. 비구름은 이제 완전히 걷혔다. 이번주 내내 그라운드 밖을 뜨겁게 달군 LG 트윈스 투수 임찬규도 그동안의 마음 고생을 씻어냈다. 그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있었다. 김기태 LG 감독의 ‘형님 리더십’과 팀 동료들의 ‘막내 끌어안기’ 덕분이었다.
이후 임찬규는 29일 잠실 한화전에서 ‘물벼락’ 사건 이후 처음 마운드에 섰다. 김 감독은 팀이 7-1로 크게 이기던 상황에 임찬규를 내보냈다. 임찬규의 등판 타이밍은 아니었지만, 힐링을 위한 김 감독의 배려였다.
김 감독은 “찬규의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언제 올릴지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잘 해줄 것이라 믿고 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임찬규는 마운드에 올랐지만, 확실히 심적 부담을 털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볼넷 1개와 안타 2개를 얻어맞고 1사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임찬규는 후속 타자를 모두 플라이로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아내고 팀의 승리를 지켰다. 팀 동료들은 마운드에서 그동안 마음 고생을 털어낸 임찬규를 보듬으며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임찬규는 라커룸에 들어와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팀의 배려와 그간의 감당하기 힘든 심적 고통이 교차하던 순간이었다.
이날 임찬규가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실점을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김 감독은 만루 위기에 몰리자 마무리투수 봉중근의 어깨를 풀도록 지시했다. 6점차로 벌어져 있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임찬규가 실점을 했다면 곧바로 교체했을까. 2~3점 정도는 내줘도 교체는 없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었다. 김 감독은 “뒤에 투수를 준비시키긴 했지만, 만루 홈런을 허용해 5-7이 되지 않는 이상 안타를 맞았다고 바꿀 생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물벼락 세리머니’ 후폭풍을 고스란히 뒤집어 쓴 임찬규가 팀 동료들과 김 감독의 훈훈한 배려 덕에 자연스런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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