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형은 25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개최한 2012-13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게 주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결과 총 투표수 96표 가운데 84표를 얻어 소속팀 외국선수 애런 헤인즈(11표)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프로 2년차 김선형은 지난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입단해 올 시즌 소속팀 SK가 정규리그 통산 최다승(44승)과 홈경기 최다 23연승을 이끌며 팀 창단 최초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김선형은 올 시즌 정규리그 49경기에서 평균 31분39초를 뛰며 경기당 12.1점 4.9어시스트 2.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또한 KBL 최초로 단일 시즌 이달의 선수상을 3회(2012년 11~12월, 2013년 2월)나 수상한 바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킨 스타였다.
김선형은 “정말 큰 무대에서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정규리그 우승할 것이라는 예상도 없었고 내가 MVP를 탈 것이라는 예상도 없었는데, 그 예상을 깨서 정말 기쁘다”며 소감을 전한 뒤 “SK는 안 변한다는 편견을 깬 것 같아 뜻깊은 시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MVP까지 타서 기분이 정말 좋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아버지가 목사인 김선형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농구의 꿈을 품고 코트에서 열정을 쏟았다. 그래서일까. 부모에 대한 마음이 각별했다. 김선형은 “아버지가 목사이시기 때문에 난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부유하게 자라지 않았다”라며 “중‧고교 때 회비도 많이 나왔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또 내가 옷을 사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집에 손을 벌리기도 죄송했다”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이어 “상금에서 일부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선형은 이날 마술사 컨셉의 턱시도를 차려입고 시상식에 나섰다. 남다른 패션 감각을 보여준 것. 패션 디렉터인 지인의 도움을 얻어 멋을 냈다. 김선형은 “이런 곳이 아니면 밖에서 입지 못할 의상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입었다”고 밝혔다.
김선형은 지난해 신인 시절 안양 KGC인삼공사 오세근과 라이벌 구도였다. 하지만 올 시즌 오세근이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되면서 코트에서 경쟁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 아쉬움은 김선형에게도 컸다. 김선형은 “인삼공사가 세근이 형이 있었으면 막강한 팀이 됐을 것이다. 빅맨의 자리가 크다는 것을 (최)부경이를 얻으면서 확실히 깨달았다”며 “같은 포지션이 아니지만 세근이 형과 라이벌이라고 비교되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 작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신인이었기 때문에 은퇴할 때까지 좋은 경쟁 벌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세근이 형도 올해는 모비스와 붙었지만, 내년엔 우리랑 붙자고 얘기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하지만 김선형의 목표는 KGC가 아닌 울산 모비스였다. SK는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에 4연패를 당하며 통합우승을 이루는데 실패했다. 김선형은 “세근이 형의 말은 있었지만, 다음 시즌 챔프전 상대는 무조건 모비스였으면 좋겠다”며 “모비스는 깊은 가르침을 준 팀이기도 하고, 롤모델인 (양)동근이 형도 있다. 올해 당했던 것을 되갚아주고 싶다”고 독을 품었다.
이어 김선형은 “내년에도 시상식 때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또 이 자리에 있고 싶다”며 “드래프트를 통해 올라오는 경희대 3인방 중 (김)민구한테 가끔 연락해 ‘너가 빨리 올라와야 프로농구가 산다’고 한 적이 있다.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며 “다른 스타일의 많은 선수들과 붙는다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수 있다. 빨리 신인들과 붙고 싶다. 밑에서 치이면 끝이다. 두, 세 단계는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신감 넘치는 각오를 다졌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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