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해 떠난 전공의 자리를 메우고 있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체력적 한계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늘(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2일부터 약 일주일간 전국 대학병원 임상 여교수 434명에게 사직 의사, 근무 시간, 신체·정신적 소진상태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만간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92.4%로 집계됐습니다.
가정 내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여성 교수들의 고충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지만, 근무 환경에 있어서는 남성 교수들이 느끼는 바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전의교협 설명입니다.
특히 젊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계에 임박했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30대 교수 157명의 95.5%(150명), 40대 교수 197명의 93.4%(184명)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사직 의향에 대해 1점(전혀 그렇지 않다)부터 7점(매우 그렇다)까지 나타내는 조사에서는 26.5%(115명)가 7점이라고 답했습니다. 1점이라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2.3%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암 환자 회진 등 내과계 업무를 하는 교수들의 사직 의사가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내과계 교수는 총 240명 중 34.2%(82명)가 사직 의사와 관련해 ‘매우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교수들의 86.6%(376명)는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었으며, 80시간 넘게 근무하는 사람은 27.4%(119명)였습니다.
당직과 외래 등으로 24시간 근무를 한 교수 가운데 83.3%는 다음날 휴식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이 비율은 30대에서 87.5%로 가장 높았는데 60대도 응답자 7명 중 5명(71.4%)이 온종일 근무 후에도 쉴 수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한 대학병원 A 교수는 “당직 다음 날 수술을 하고 나면 잘했는지 못했는지 판단이 안 서는 경우도 있고, 외래를 보면 환자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도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이미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인데도 노동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협의회는 수련병원들을 곧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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