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산업은행에 8000억원 규모 담보대출을 요구한 것을 두고 산업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무효 사유"라는 의견을 양해각서(MOU)체결 직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대출 요구에 "부적절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낸 데 이어, 이런 요구로 인해 최악의 경우 회생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산은이 이처럼 초강수를 두면서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MOU에는 해당 조건이 제외됐다. 조건부 인수로 인수협상이 시작된 데다 주채권자인 산은도 자금지원에 극도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1조원 이상 자금수혈이 필요한 쌍용차 인수합병(M&A) 절차에 난항이 예고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쌍용차 M&A 진행 절차에 관한 의견 제시' 문건을 서울회생법원에 전달했다.
산은은 의견서에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에 대한 신규 대출을 요구하면서 쌍용차에 대한 M&A 입찰에 응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그러나 산은은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 M&A에 관해 사전에 일절 접촉한 적이 없고,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기도 전에 특정 입찰참여자와 접촉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에디슨모터스가 산은의 쌍용차에 대한 신규 대출을 입찰제안 조건으로 요구했다면 에디슨모터스는 본인의 통제 범위 밖에 있는 불확정한 조건을 입찰 제안에 부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디슨모터스가 요구한 조건을 입찰참가 조건으로 인정한다면 이는 입찰 안내서에 명시된 입찰 무효사유로 인정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에디슨모터스가 내건 대출 조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공성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은 "위 조건이 협상 대상이 될 경우, 타 입찰자 측에서 M&A절차 진행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법률 분쟁을 제기할 우려가 있다"며 "다른 입찰자의 탈락 사유가 됐던 자금조달 증빙 부족과 유사한 사정이 에디슨컨소시엄에도 있었음을 주장할 수 있고, 이같은 법률 분쟁이 제기된다면 회생절차의 신속한 M&A를 통한 정상화는 더욱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후보자였던 이엘비앤티가 본입찰 보증금 30억원을 납부하지 않아 탈락했는데, 에디슨모터스의 신규 대출 조건이 이와 유사한 결격사유라고 주장한 것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평택 공장 부지를 담보로 산은 등으로부터 7000억~8000억원을 조달하고 추후 일반 투자자,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4000억~5000억원을 유치할 계획을 회생계획안에 담은 바 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인 지난달 22일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산은에서 우리의 회생계획안을 제대로 듣고, 기술력을 알면 당연히 지원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산을 담보로 대출해달라는 것이기 때문에 안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이례적으로 당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관련 협의 전 지원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산은이 보도자료 배포에서 그치지 않고 법원에 공식 문건을 보내 이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지난 2일 쌍용차와 에디슨모터스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는 산은의 자금 지원 조건이 제외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산은으로서는 섣불리 자금을 지원했다가 배임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산은이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에 구조조정 등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한편 에디슨모터스는 이달 안에 10일 간(영업일 기준) 실사를 마친 뒤 이달 말께 서울회생법원에 채권 변제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담은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홍혜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