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이 온라인 수업에서 발표를 못해요. 공사 소음이 너무 크니까."
6일 점심 무렵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주택가. 골목 초입부터 쇠를 깎고 철강을 자르는 소음이 들려왔다. 이 골목에만 재건축 공사 현장이 족히 두 곳은 되어 보였다. 시끄러운 공사 소리를 뒤로한 채 주민 A(50대)씨가 분리수거를 하고 있었다. 분리수거를 마친 A씨는 공사 소음 때문에 힘들진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화가나는 것은 둘째치고 고등학생 아들이 온라인 수업에 집중을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세련된 카페와 맛집이 즐비해 젊은층 사이에서 '핫플(핫플레이스)'로 통하는 성수동이 최근 무분별한 재건축 공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의 공사가 주택가 근처에서 이뤄지는터라 소음, 안전 문제 등 피해는 고스란히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이 짊어지게 됐다.
조용했던 성수동이 공사 소음으로 뒤덮히기 시작한 것은 원주민들이 판매한 주택을 외부인들이 사들여 카페나 음식점으로 재건축하면서 부터다.성수동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공사현장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이날 성동구청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성수동 공사현황을 살펴보면 신축 39건, 증축은 14건이다. 신·증축 건수는 매달 4건 이상 유지되고 있다. 또한 9월 기준 성동구에서 진행하는 공사 중 성수동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금간 외벽 [사진 출처 = 변덕호 기자]
재건축 공사현장이 늘면서 피해를 보는 건 오롯히 주민들과 상인들의 몫이다.주민 B(40대)는 "보다시피 골목이 좁다. 공사 진동이 그대로 느껴지고 심지어는 벽에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며 공사로 균열이 생긴 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는 "한 쪽 공사가 끝나면 또 다른 쪽에서 공사를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간다. 1년 내내 공사 소음을 듣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르실거다"라며 속내를 털어놨다.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C(40대)씨도 공사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라며 하소연했다. 그는 "카페가 공사 현장과 가까운 곳에 있다보니 손님들이 들어오셨다가도 소음이 들리면 나가시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청에서 단속 나와도 공사 현장 관계자들이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성수동 인근 어린이집 맞은 편 공사현장 [사진 출처 = 변덕호 기자]
공사장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 위험해보였다. 공사장에서 머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전거를 타고 노는 모습이 보였다. 성수동 인근 한 어린이집은 공사현장과 불과 스무 발자국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또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3곳의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어린이들의 안전에 위협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성동구청 관계자는 공사장 가림막, 방음벽 등 소음을 저감할 수 있도록 공사장에 관리 요청하고 있으며 이른 시간대와 휴일 등 공사를 자제하도록 허가 조건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소음 민원 담당 부서는 소음이 자주 일어나는 지역을 정기적으로 순찰하면서 꾸준히 소음 저감 행정지도를 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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