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위한 조치"…교육청 징계에 억울함 호소
法 "성 접촉 경위·이후 정황 등 고려해야"
法 "성 접촉 경위·이후 정황 등 고려해야"
같은 학교 여자친구와 합의 후 성행위를 했으나 이후 연락을 피했다가 성폭행범으로 몰려 징계를 받은 중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오늘(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2부(박강균 부장판사)는 중학생 A 군이 모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가해에 따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습니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해당 교육지원청이 A군에 내린 징계 처분을 취소한다고 명령했습니다.
지난해 2월 같은 학교에 다니는 B 양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서로 사귀기로 한 A 군은 닷새 뒤 만나 성행위를 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이틀 뒤에 다시 만나 두 번째 성행위를 했습니다.
그러나 A 군은 성행위 뒤 B 양을 피했고, 1주일이 지나고부터는 전화를 비롯한 메신저 연락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에 B 양은 지난해 3월 학교 측에 "A 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라고 신고했습니다.
B 양은 "A 군이 따라오지 않으면 성적인 내용이 담긴 메신저를 퍼뜨린다고 협박했다. 성행위 당시에도 싫다고 했지만 무시당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이 다닌 중학교를 담당한 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거 지난해 4월 A 군에 대해 ▲ 서면 사과 ▲ 피해 학생 접촉·협박·보복 금지 ▲ 출석 정지 5일 ▲ 특별 교육 7시간 등의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학폭위는 "성 관련 사안이고 두 학생의 주장이 상반되지만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선도를 위해 적절한 교육적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의결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후 해당 교육지원청은 학폭위의 요청대로 처분했고, A 군은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지난해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 군은 "B 양과는 당시 서로 사귀는 사이였고 합의한 뒤 성행위를 했기 때문에 성폭력이 아니었다"며 "합의한 성행위를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조치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고 재량권 남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A 군과 B 양이 사귀기로 하고 닷새 뒤 만나기 전까지 주고받은 메시지 등을 토대로 A 군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며 학폭위의 징계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학교폭력예방법상 성폭력은 성관계 등 성적 접촉이 피해 학생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야 한다"며 "이를 판단할 때는 둘의 관계, 성적 접촉의 경위, 이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라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A 군과 B 양의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볼 때 둘의 당시 성행위가 B양 의 의사에 반하거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기에 A 군에 대한 처분은 위법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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