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A(39)씨는 최근 시어머니와 통화에서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아 추석에 찾아뵙기 어렵겠다"고 말했다가 타박 아닌 타박을 들었다. A씨는 "최근 위장염에 시달려 백신을 맞을 컨디션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시어머니께선 명절에 내려오기 싫어서 그런 것으로 오해하는 것 같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B(41)는 "꼭 사람들 이동이 많을 때 시댁에 가야겠냐고 남편에게 말을 했다가 말다툼만 했다"며 "시부모님이 역귀성 하실 수도 있는 것인데 대뜸 시부모님을 안보고 살 작정이냐고 (남편이) 말해 너무 서운했다"고 했다.
2년째 '코로나 추석'을 맞이한 가운데 시부모와 며느리 , 남편과 아내 사이 등에서 고향 방문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설 명절만 해도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내려져 '발칙한 며느리'가 통했다. "코로나 시국에 시댁에 가긴 어렵다고 당당히 말씀드렸다" 라거나 "맏며느리로 총대 메고 벌초 대행업체 번호를 시댁 단톡방에 남겼다" 등 언택트(비대면) 추석을 강조한 이들이 많았다. 지지도 어느 정도 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백신 1, 2차 접종을 마친 시부모님이 "이젠 와도 괜찮지 않느냐"는 입장으로 바뀌면서다.
더욱이 수도권 등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도 백신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한 8명이 집에서는 함께 모일 수 있도록 거리두기가 완화됐다. 3단계 이하 지역에선 모든 장소에서 최대 8명 모임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코로나 사태 이후 명절마다 아들, 딸 얼굴은 물론 손자, 손녀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부모 중 올해 추석엔 다 와주기를 바라는 이들이 늘어난 것.
반면 여전히 일부 며느리나 자식들 사이에서는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고향 방문을 또 한번 미루면서 고부간, 부모 자녀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이번엔 오라"는 시댁 때문에 남편과 다퉜다는 글이 눈에 종종 띈다. 지난 설처럼 조용히 지냈으면 하는 아내와 달리 남편들은 부모님을 오래 못 뵈었으니 모처럼 가보자는 입장이어서다.
이에 한 며느리는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닌데 백신을 다 맞았으니 무조건 내려오라는 시부모님이나 가보자는 남편도 다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추석 연휴기간 이동과 모임을 최소화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 확진자가 연일 8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명절 대이동으로 인해 '비수도권으로의 풍선효과'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지난 7월말, 8월초 휴가철에 전국적으로 감염이 확산됐던 뼈아픈 경험이 이번에 또다시 되풀이 돼선 안 된다"며 "함께 생활하지 않았던 가족들을 만나실 때는 최소한의 인원으로 짧은 시간 동안 머물러 주시고, 실내·외를 불문하고 마스크는 꼭 착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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