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교육청 산하의 교육지원청에 교육장 외 부교육장 직위를 추가로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발의되자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승진 자리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으며, 진보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교육지원청의 목적에도 맞지 않고 관료적 발상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5일 국회교육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구 50만명 이상이고, 학생 5만명 이상인 교육지원청에 부교육장을 둘 수 있고,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유 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부교육장 신설 이유로 '현행법은 교육지원청에 교육장 직위에 관한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부교육장 직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기초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의 업무 협의 과정에서 직위상 불균형이 발생하고, 교육협력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는 등 행정의 비효율성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들 의원은 "실질적으로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부시장, 부구청장 등 부단체장과 대등한 지위에서 업무를 협의·추진할 교육지원청의 적정 직위를 신설한다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교육 협력사업 등 교육행정 수요에 부응해 원활한 교육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시어머니만 더 늘어나는 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교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10년 동안 교육청 직원은 38%나 증가했지만 되레 교원들은 행정업무가 증가했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실제로 교총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의 91%가 '행정업무가 과도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연 일반자치 부시장 격이 없어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부교육장만 신설하면 문제가 해결되고 지원청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전교조도 지난 10일 "교육지원청은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곳이지 유관기관과의 협력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면서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협력사업이 아니라 학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제대로 된 지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부교육장을 두어서 학교 현장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실무를 하지 않는 고위 일반직 공무원이 학교 현장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지, 오히려 '격'을 따지는 고위 공무원은 실무자들의 일거리만 늘릴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같은날 반대 성명을 내고 "그동안 교육지원청은 시도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지시 사항을 전달하고 시행하는 관료제적 역할과 상급 기관으로서 지원이 아닌 통제의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학교 현장으로부터 받아 왔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승진 자리를 만들 것이 아니라, 일선 시군구 교육지원청은 감시와 통제의 기관이 아닌 말 그대로 학교의 교육을 지원하는 교육행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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