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결제 플랫폼인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본사가 위치한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역 인근엔 13일 오전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줄을 서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포인트 판매를 중단한 머지포인트 측에 환불을 받기 위해서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가입자들이었다. 가입자들로 이어진 줄은 머지플러스 본사 입구에서부터 시작해 약 200m 정도 골목을 돌아서까지 이어질 정도로 길었다. 12일 오후부터 모이기 시작한 가입자들은 새벽에도 귀가하지 않고 회사 측과 대립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머지포인트는 일종의 포인트형 상품권으로 소셜커머스, 대형마트, 편의점, 음식점 등 가맹점에서 20%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전국 가맹점만 2만 개소에 달하며 누적 가입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머지플러스 측이 돌연 판매 중단을 선언하면서 가입자들 사이에선 '먹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입자들 사이에선 머지플러스 측이 사태 초기 본사를 찾아온 일부 가입자들에게 합의서를 받고 60% 환불을 제공해주겠다고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사무실에 몰려든 가운데 회사측 관계자가 경찰 보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머지플러스 본사를 찾아온 가입자들은 회사 측에 환불을 요구했다. 하루 연차를 내고 인천에서 왔다는 이 모씨는 "피해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회사 측이 합의서를 주며 환불을 제안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는 걸 보고 어쩔 수 없이 찾아왔다"며 "어떻게든 가입자들을 위해 회사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거리가 멀어 본사에 찾아오기 힘든 피해자들을 중심으론 카카오톡, 네이버카페 등을 통해 "합의서를 대필해달라"는 요청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약 1만4000명의 피해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합의서 내용을 보면 '본인은 머지플러스 사업장 방문을 통해 환불을 받았다는 내용을 제3자에게 공유하지 않겠다', '본인은 이후 머지플러스가 성실과 신의로 환불 대응을 했음을 증언 또는 증명해주시는 것에 동의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서울종합법무법인의 서명기 변호사는 문서 내용에 대해 "피해 회복 노력했다는 증거 확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역 인근 머지플러스 본사에서 환불을 받으려는 가입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차창희 기자]
논란이 불거지자 머지포인트 측은 현장 공지를 통해 "대면 환불은 공식적인 환불 정책이 아니며 먼저 환불 신청을 해주신 다른 고객님들께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함이다"라며 "오늘 이후 대면 상담은 진행하지 않으니 카카오 플러스 친구를 통해 정확한 안내를 제공해드리겠다"고 전했다.일부 가입자들이 피해를 영세 자영업자에게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엔 "아직 사용이 가능한 음식점을 찾아서 14만원가량 음식을 포장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환불 사태 공지를 못 받은 곳이 많은 것 같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머지포인트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에 해당된다고 보고 전자금융업 미등록 영업 등 위법성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지플러스 측은 공지를 통해 "전자금융업 등록 절차를 서둘러 행정 절차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고 4분기 내에 더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환불은 신청 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하면 순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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