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서진학교의 설립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학교 가는 길'의 영상 일부를 삭제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다음달 나올 전망이다.
서울북부지법 제1민사부(정문성 판사)는 12일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했던 주민 권 모씨가 김정인 감독 측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첫 심문을 열었다. 초상권 침해와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으니 영상 일부를 삭제해야 한다는 측과 영화의 공적 가치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붙었다.
소송을 제기한 권씨 측 대리인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어도 아는 분들은 한눈에 알아본다"며 "초상권이 침해돼 지역일을 할 때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화에서 권씨가 등장하는 3초 정도는 삭제해도 전체 흐름에 문제되지 않는다"며 "영상 기술이 좋아져서 삭제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인 감독의 변호인은 "권씨 본인이 언론 인터뷰에도 응해 유튜브에서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며 "당시 주민 토론회 자체도 모자이크 없이 생중계로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권씨의 발언은 시장경제논리가 특수학교 설립에 개입된 현상을 보여준다"며 "그 장면을 삭제하면 영화의 메시지 전달 방법이 사라진다"고 밝혔다.
김정인 감독은 "영화에는 반대 주민도 왜 그렇게 격렬히 반대했는지를 면밀하게 담았다"며 "영화를 관람한 2만여명의 관객 대부분 반대측의 입장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적이고 함축적인 부분만 짧게 편집해 균형감있고 객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달 27일까지 양측으로부터 추가 소명자료를 받고 2~3주 안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박홍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