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유럽연합(EU) 평균의 8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3일) 시민단체 난민인권센터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부 공개 청구를 활용해 역대 난민 신청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0년 난민 인정률은 0.4%로, 역대 최저를 나타냈던 지난해와 똑같았습니다.
지난해 난민 심사를 마친 1만1천892명 가운데 법무부에서 인정받은 이는 52명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유럽망명지원사무소(EASO)에 따르면 같은 시기 유럽연합의 평균 난민 인정률은 32%로, 한국의 80배 수준이었습니다.
국내 난민 인정률은 난민법 시행 첫 해인 2013년 9.7%에서 2014년 6.6%, 2015년 3.9% 등으로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제주 예멘 난민 사태가 발생했던 2018년 3%로 증가세도 돌아서기도 했으나 이듬해 0.4%로 다시 내려앉았습니다.
그렇지만 유럽연합의 난민 인정률은 2018년 34%, 2019년 33% 등으로 줄곧 30%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난민인권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우리가 추산한 난민 인정률이 법무부보다 낮게 나온 것은 (1차 심사뿐만 아니라) 이의 신청과 소송 등을 거친 이들도 함께 집계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난민인정자 69명 가운데 법무부의 심사를 통해 인정을 받은 게 아닌,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아 수용된 '재정착난민' 17명을 제외한 것도 한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난민인정자를 국적별로 살펴봤을 때 미얀마가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단, 이집트 10명, 파키스탄 8명, 예멘6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1994년 난민 집계를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미얀마 출신은 모두 353명으로 전체 국가 중 최다였습니다.
한 이주단체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하늘길이 끊기고 귀향해서도 일자리를 찾기 힘든 외국인이 체류 연장의 방편으로 난민 심사 제도를 이용한 사례가 늘었다"며 "난민 심사가 엄격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난민 자격과 거리가 먼 이들이 몰린 요인도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은지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기존에 체류하던 외국인이 난민 심사장을 찾으면서 신청자는 늘고 인정률은 감소했다고 본다"며 "다만 난민 심사 적체 해소 방안과 심사 시스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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