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 생활을 하던 동성 후배를 성추행한 부산의 한 카누팀 소속 선수 2명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양민호 부장판사)는 폭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카누 남성 선수 2명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이들은 2019년 7월 함께 합숙 생활을 하며 훈련받던 후배 운동선수 A씨를 엘리베이터 안에서 수차례 때렸다. 이후 같은 달 카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찾았던 충남 한 숙소에서는 A씨를 강제 추행했다. 이들은 지인과 영상통화를 하던 A씨 휴대폰을 빼앗아 추행 장면을 촬영하고 캡처해 남기기도 했다.
A씨는 이전부터 피고인들이 괴롭혀 힘들다는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숙소에서 나올 경우 무시당하고 훈련을 못 하게 될 것을 우려해 참았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범행 당시 내용을 구체적, 일관적으로 진술했고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 등이 증거로 남아있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한 강제추행은 객관적으로 친분에 따른 장난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운동을 배우고 경력을 쌓기 위해 선배인 피고인들을 거부할 수 없었던 상황을 이용한 점에 비춰봤을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는 이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재 피고인 2명과 A씨는 팀을 떠난 상태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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