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이득반환청구권 등 채권의 권리행사 소멸시효를 10년으로 정한 민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다만 장애인학대 사건의 경우 특수성을 고려해 소멸시효를 장기화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헌재는 A씨 등이 "민법 제162조 제1항과 제166조 1항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심판대상조항인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법 제 166조 1항은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한다.
모자지간인 지적장애 2급 장애인 A씨와 B씨는 2001년부터 2016년까지 C씨의 한과공장에서 주6일, 하루 10시간씩 일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검찰은 C씨를 근로기준법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이후 C씨는 유죄가 확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A씨와 B씨는 이후 C씨를 상대로 "미지급 임금을 달라"는 내용의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C씨가 A씨 등에게 미지급 임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A씨 등이 소를 제기한 2018년 1월부터 역산해 10년이 지난 부분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청구를 일부 기각했다.
A씨와 B씨는 소송 진행중 민법 제162조 제1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각하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민법상 소멸시효제도는 권리 불행사의 상태가 계속된 경우 법적 안정성을 위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라며 "존재 이유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경우에도 법적 안정성 보호 등을 위해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이 사건이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에 관한 것일지라도 소멸시효의 존재이유는 그대로 타당하고, 따라서 민법상 소멸시효조항의 기산점과 시효기간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장애인학대에 관한 사안의 경우 불법행위 소멸시효기간을 보다 장기화하는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이선애 재판관은 "지적장애인은 근로조건에 대해 제대로 협의하지 못하거나 부당하게 형성된 근로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할 때 소멸시효를 10년보다 장기화하는 입법개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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