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 대응에 안간힘을 쓰면서 그야말로 '속전속결' 판결이 등장했습니다.
오늘(7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주 대전법원 청사 한 법정에서 열린 형사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재판부는 "계속 중인 사건이 너무 많아 불가피하게 공판기일을 잡게 됐다"며 "피고인들이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을 막기 위해 최대한 짧은 시간에 선고하겠다"고 양해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피고인에게 선고할 때마다 일일이 일러주는 상고 절차도 재판 시작과 동시에 모두 경청하라는 취지로 한 차례만 전했습니다.
또, 피고인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사건번호 순서대로 진행했던 통상 절차와 달리 이날은 불구속 사건을 먼저 모아 선고했습니다. 또 피고인의 이름과 생년월일만 확인하고는 판결 요지를 짧게 짧게 전했습니다.
불구속 피고인들은 피고인석으로 옮기지 않고 방청석에서 그냥 선고를 듣고 바로 퇴정했습니다.
이날 12건(피고인 14명)을 선고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1개 사건당 45초꼴입니다.
법정 밖에서 만난 피고인들은 신속 선고에 대체로 수긍하면서도 "너무 빠르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 피고인(벌금형)은 "이해는 하지만, 너무 순식간이라 서운한 마음이 있다"며 "재판부가 사건 검토를 꼼꼼하게 했는지 판결문을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피고인(징역형 집행유예)의 가족은 "방청을 위해 경기도에서 왔는데, 1분도 안 돼 선고가 끝나 허탈하다"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코로나19 여파로 재판 일정이 전체적으로 미뤄지면서 처리해야 할 사건이 지속해서 쌓이는 상황이 반영된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온라인 법원통계월보를 보면 대전지법 항소 형사사건의 경우 지난달 기준 미제 사건이 2천671건(피고인 3천42명)으로 집계됐습니다. 8월 기준 최근 5년 중 가장 많습니다.
올해는 특히 수원지법(2천665건)이나 서울중앙지법(2천246건) 등을 포함한 전국 지방법원 중에서도 최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 변호사는 "(속전속결 선고는) 사건을 빨리 처리해야 할 재판부의 고충을 방증하는 사례 같다"며 "법률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피고인들의 이해를 잘 구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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