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주변 사람들 주려고 시작했는데 하다가 보니 점점 더 나눠주다가 보니 지금까지 왔습니다."
어제(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이동 여의패션디자인학원 건물에서 만난 44살 장지연 씨는 "일부러 알리려고 한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장씨는 이 건물에 세 들어 작품한땀옷만들기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자 필터 교체용 면마스크를 만들어 공짜로 나눠주는 일을 합니다.
이 마스크는 필터를 안에 끼우도록 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한 면 소재 마스크입니다.
시작은 바느질 솜씨를 이용해 가까운 지인이나 친구에게 나눠주기 위한 일이었습니다.
장씨는 "코로나19로 수강생이 오지 않아 공방을 운영할 수 없어 그냥 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줬다"고 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학원 앞에 A4용지로 무료로 나눠준다는 사실을 알리고 조용히 시작했는데 차츰 소문이 나 이왕 하는 것 더 많이 나눠주자고 해서 현수막을 걸었더니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스크 만들기 자원봉사에는 장씨뿐만 아니라 여의패션디자인학원 관계자, 수강생 출신 등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남성인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 태권도장 관장도 생업을 잠시 내려놓고 뭉쳤습니다.
식당 업주는 "코로나19로 손님도 없고 해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고, 태권도장 원장은 "우리 도장을 비롯해 대부분 학원이 문을 닫아서 힘을 보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상임 여의패션디자인학원 원장을 비롯해 양장반 강사도 천을 자르고 끈을 이어붙여 마스크를 만드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이날 자원봉사에 동참한 마스크 제작 인원은 6명입니다.
직접 학원에 나오지 않아도 집에서 만드는 수강생 출신 자원봉사자도 여러 명 있습니다.
이들이 마스크를 열심히 만들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엔 부족합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만들 수 있는 마스크가 10개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장씨는 "한겹짜리 마스크가 아니라 필터를 넣을 수 있도록 세겹짜리로 만들기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보니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만 오후 1시부터 나눠주고 있습니다.
준비한 100∼200개 마스크는 순식간에 동이 납니다.
인건비를 빼더라도 지금까지 들어간 재료비만 500만원에 이릅니다.
외부 도움 없이 모두 자부담하고 주변인이 자원 봉사해 지금까지 왔으나 재료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마저 올라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스크를 받아 가면서 활짝 웃는 주민을 생각하면 멈추기도 어렵습니다.
이곳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학원 훈련생이 운영하는 옷대여점에서도 이들 만들어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장씨는 "재료가 떨어져서 막막하긴 한데 받아 가는 분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마스크 쓴 채 활짝 웃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