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 사태 이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3번째로 귀국한 교민들이 이천주민의 따듯한 환영을 받으며 임시생활시설인 국방어학원에 입소했다.
정부의 3차 전세기를 타고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은 우여곡절 끝에 밟은 고국 땅이 반가운 듯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격리시설인 국방어학원에 도착해서도 이천시와 경기도 관계자, 이천주민들이 반갑게 맞이하자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신종 코로나 관련 3차 귀국 대상인 국민과 중국인 가족 147명은 12일 오전 4시 14분 우한시 텐허공항을 출발해 오전 6시23분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정부 전세기로 투입된 대한항공 KE9884편에는 애초 170여명이 탑승할 예정이었으나 가족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친인척 등이 배제되면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공항 활주로에 착륙한 전세기는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일반 여객과 섞이지 않도록 국제선 끝쪽에 있는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로 이동했다. 트랩(이동식 계단)이 설치되고 비행기 문이 열리자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과 성인 등이 차례로 내렸다. 이들은 바로 옆 임시 텐트 검역소에서 발열·호흡기 검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종코로나 의심 증상자 5명이 발견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후송됐다.
검역을 마친 승객들은 오전 8시 35분께 경찰청에서 제공한 경찰 버스 21대를 타고 이천에 있는 합동군사대학교 국방어학원으로 이동했다. 경찰버스 운전자 중에는 1~2차 귀국 교민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송했던 경찰관 5명도 포함됐다.
이천 주민들은 오전 10시 45분 국방어학원에 도착한 교민 등을 차분한 마음으로 환영했다. 부슬비가 내린 탓에 부대 앞에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우리와 같은 국민, 한 가족 아니냐"면서 "안전하고 편히 쉬다 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국방어학원 인근 도로 등에는 '편히 쉬시다가 건강하게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우한 교민 여러분 환영합니다' '우한 교민을 큰 사랑으로 품어주신 장호원 주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이 설치됐다.
국방어학원 정문 건너편에 설치된 현장상황실에서는 마을 주민들에게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지급하고 방제차량으로 일대를 수시로 소독하며 주민걱정을 덜었다.
국방어학원과 가장 가까운 이황1리 주민 정모씨(여)는 "당국이 방역을 철저히 해 주니까 도움이 더 되는 것 같다"면서 "국방어학원에 입소한 교민들이 하루 빨리 회복돼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군부대 관사가 많고 군인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이황5리의 한 주민은 "정부가 국방어학원을 교민 격리 장소로 지정하면서 일부 식당의 경우 손님이 절반가량 줄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이들을 품어야 할 것 아니냐"면서 "이런 저런 말도 많았지만 한가족처럼 대해주자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천주민들이 우한 3차 교민을 반갑게 맞이하자 전국에서 응원과 지지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도자기로 유명한 이천을 방문하고 싶다'거나 '이천쌀을 사 먹겠다' 등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국방어학원에 입소한 교민 등은 14일간 격리 생활을 하게 된다.
[이천 =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