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바이러스가 최장 며칠까지 생존할 수 있는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8일 SNS와 인터넷에는 '중국에서 온 택배를 한국에서 받았을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함께 묻어와 2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지폐에 묻은 타액 속 바이러스가 며칠간 생존해 있다가 감염될 수 있다'는 등 여러 '~카더라' 소문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다.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숙주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서 살아남기 힘들어 감염의 우려가 없다는 주장이 있고, 공기 중에서도 수일간 생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명확하게 답변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러스 생존기간 생각보다 길어……기본 예방수칙 지켜야
앞서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연구결과를 보면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은 생각보다 긴 편이다. 사스가 유행할 당시 캐나다 정부가 만든 '병원체 안전 보건 자료' 보고서에 따르면, 호흡기 배출물에 숨어있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는 실온에서 7일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인간 코로나바이러스(Human coronavirus 229E)가 온도 24도, 습도 50% 이하의 조건에서 폴리염화비닐(PVC), 라미네이트, 목재, 스테인리스스틸 등에 붙어 7일 동안 감염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봤다. 사스와 유전적 특징이 유사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도 생존 기간이 비슷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산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 보고서로만 본다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생존 기간이 일반적인 상식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이와 비슷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외부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금방 죽는다거나 감염 위험이 없다는 식으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로 외부 환경에서 생존을 지속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충북대의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임상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 2015년 12월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는 환자 호흡기 표본에서 음성이 나온 이후에도 환자가 머물렀던 의료장비(온도계, 침대 컨트롤러, 대기실 테이블, 욕실 손잡이 등)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환자와의 직접 접촉하지 않더라도 외부 환경을 매개로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당시 메르스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감염을 피하기 위해 별도로 만들어놓은 대기실 바닥과 책상에서도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감지됐다고 연구팀은 보고했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논문에서 "장기간의 바이러스 유출은 환자의 임상 증상이 해결된 이후에도 지속적인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환자 주변 의료기기와 물품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소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신종 감염병은 실체가 규명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스스로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평소 손 오래 씻기, 기침 예절 지키기, 장갑·마스크 착용하기. 청소·소독 철저히 하기, 환기 자주 하기, 얼굴에 손대지 않기 등의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국내 환자들 잇따라 완치후 퇴원……에이즈치료제 효과는 '글쎄'
국내 환자와 의심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확산 우려는 여전히 높은 편이지만, 확진 환자 대부분이 상태가 안정적인 데다 완치돼 퇴원하거나 퇴원을 앞둔 환자도 속속 나오고 있다. 치료제가 없다는 말에 너무 불안해하거나 과도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7일 현재 국내 신종코로나 환자는 24명이며, 이 중 2명은 퇴원했다. 이날까지 의심 환자 등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1328명이며 327명이 격리돼 검사를 받고 있다. 나머지 1001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2번 환자(55. 남성. 한국인)가 격리치료를 받은 지 13일 만인 지난 6일 완쾌해서 가장 먼저 퇴원했고,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인 1번 환자(35. 여성. 중국인)도 인천시의료원에 격리된 채 치료를 받은 지 18일 만인 지난 6일 완치돼 퇴원했다. 이들 외에도 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입원 치료 중인 신종코로나 환자 1명도 회복해 조만간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치료 담당 주치의는 판단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아직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이다.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법은 수액 공급, 항생제 등 대증요법뿐이지만 면역시스템 덕분에 자연적으로 치료되었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현재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공중보건 위기를 불러온 신종코로나는 말 그대로 신종 감염병이어서 백신은 물론이고, 치료제도 없다. 가장 먼저 퇴원한 2번 환자가 입원했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영식 센터장은 "치료제가 없는데 어떻게 좋아졌느냐고 하면, 자연적으로 치료된 것"이라며 "약이 없는 일반 감기 코스와 비슷하게 정상적인 건강한 성인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작동해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3주(21일)안에 항체가 생겨 병이 저절로 좋아지고, 균이 다 없어져 열도 떨어지고, 그래서 낫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새롭게 발생한 감염병이다 보니 몸 속의 항체가 생기는데 기존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는 것이다.
일부 퇴원환자가 에이즈(HIV) 치료제(칼레트라)와 인터페론을 투약받았다고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HIV 치료제가 신종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엄밀한 데이터로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아직은 어디에도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백경란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코로나 감염 증상은 초기에는 감기와 감별하기 어렵다"면서 "에이즈 치료제를 신종코로나에 사용하기도 하는데 정말 이 약을 초기에 그냥 감기 정도 증상일 때 쓸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모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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