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가 [척]하니 알려드립니다! '인기척'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척! 하니 알려드리는 MBN 인턴기자들의 코너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찍기 좋은 카페’, ‘감성 카페’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카페들의 인증샷입니다. 보기만 해도 달콤한 디저트 옆에 음료가 자리 잡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뭔가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음료 한 잔에 컵이 두 개씩 겹쳐져 있는 것입니다. 한 두 곳이 아닙니다. 마치 보통의 종이컵을 장식하듯, 예쁘게 프린트된 또 다른 컵이 씌워져 있습니다. 작정하고 찾아보니 이태원, 연남동, 성수동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부터 동네 작은 카페들까지 이렇게 컵을 겹쳐 사용하는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이컵을 하나도 아닌 두 개씩 겹쳐 사용하고, 그런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을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컵 두 개를 겹쳐 사용하는지”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말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종이컵을 겹쳐 사용하며 SNS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 시내 카페 10곳을 방문해봤습니다. 이들 매장은 종이컵을 두 개 겹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종이컵을 끼워주는 방식이었습니다.
▶ “디자인 때문에…이중컵으로 인한 카페 홍보 효과가 주된 이유”
카페 점주들에게 “왜 컵 두 개를 사용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이유는 ‘디자인’ 이었습니다. 고객들이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컵 디자인 하나까지도 '예쁜' 카페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카페 사장 A 씨는 “손님들이 컵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카페 사장 B 씨는 “음료 맛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SNS에서 컵을 겹쳐 사용하는 카페가 유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카페가 워낙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이다 보니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컵 사이즈와 코팅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온스 기준으로 종이컵 개당가격은 24원 정도 입니다. 바깥 쪽에 사용하는 컵의 경우 색 한 가지를 추가했을 때 개당가격은 60원 정도라고 합니다. 컵을 한 개만 쓰거나, 컵을 감싸는 홀더를 사용할 때보다 적게는 50원에서 많게는 100원을 더 써야 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점주들은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감각적인 음료 컵을 쓰는 카페로 소문이 나서 얻어지는 홍보 효과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 이중컵 사용…‘소비자의 선택’ vs ‘불필요한 낭비’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20대 직장인 C 씨는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해당 카페를 보고 찾아왔다”며 “감성을 소비하는 카페에서 컵 디자인은 좋은 마케팅 방안”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고객 D 씨는 “음료가 갓 나와서 너무 뜨겁거나 차가울 때 홀더보다 컵을 두 개 겹치는 게 더 유용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습니다. 한 고객은 “컵 두 개를 겹쳐 사용하면 바깥쪽 컵은 사용하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며 “환경보호를 위해 매장 내 일회용 컵을 규제하고 종이 빨대를 쓰는 시대적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결과 많은 손님이 이중컵 사용이 낭비라고는 생각했지만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종이컵은 플라스틱 컵과 비교해 친환경적이고 재활용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 특수코팅된 종이컵…"재활용 어려워"
그렇다면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종이컵은 재활용 할 수 있을까요?
답은 ‘어렵다’입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은 음료가 스며들지 않도록 내부에 PE(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종이컵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PE 코팅을 벗겨내야 하지만 분리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음료 종이컵은 일반 종이류와 함께 배출해서는 안 되고 종이컵만 따로 모아 재활용 업체에 보내야 하지만, 분리수거와 선별작업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6%로 매우 낮은 편이며,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실정입니다. 종이컵에 합성수지 성분이 있는 만큼 소각 시 유해가스가 발생해 환경문제까지 일으킨다고 합니다. 연간 사용되는 종이컵이 223억 개인 점을 고려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매장 내에서 종이컵 사용하기도 … 종이컵은 규제근거 없어
여기서 또 한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8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카페•패스트푸드점 등 외식 업소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장 안에서 종이컵을 그것도 두 개씩 겹쳐서 사용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현행법상 매장 내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일회용 컵은 ‘플라스틱 컵’ 뿐이기 때문입니다. 종이컵 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사용한다고 해도 제재를 가할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데 취재가 진행 중이던 11월 말 환경부가 2021년부터 매장 내 종이컵 사용 또한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매장 내에서 제한하는 것일 뿐, 테이크 아웃한다면 여전히 컵을 몇 개 씩 겹쳐 쓰든 상관없습니다.
▶ 대안은 없을까?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종이컵 또한 플라스틱 컵처럼 일회용 컵으로 인지하고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종이컵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가 종이컵을 이용할 때 일정 금액을 추가 부담하게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 중 만난 카페 점주들 모두 컵을 겹쳐 사용하는 것이 자원 낭비라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사용을 멈추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소비자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정부 규제와 카페들의 환경보호 노력을 촉구하기 전에 소비자인 우리가 먼저 종이컵 낭비를 거부해 한 번도 쓰지 않고 버려지는 '무회용컵'이 사라지기를 바라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엄희주 인턴기자]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찍기 좋은 카페’, ‘감성 카페’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카페들의 인증샷입니다. 보기만 해도 달콤한 디저트 옆에 음료가 자리 잡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뭔가 특이한 점이 눈에 띕니다. 음료 한 잔에 컵이 두 개씩 겹쳐져 있는 것입니다. 한 두 곳이 아닙니다. 마치 보통의 종이컵을 장식하듯, 예쁘게 프린트된 또 다른 컵이 씌워져 있습니다. 작정하고 찾아보니 이태원, 연남동, 성수동 같은 이른바 '핫플레이스'부터 동네 작은 카페들까지 이렇게 컵을 겹쳐 사용하는 곳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부는 환경 보호를 위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이컵을 하나도 아닌 두 개씩 겹쳐 사용하고, 그런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는 모습을 보고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컵 두 개를 겹쳐 사용하는지” 그리고 “법적으로 문제는 없는지” 말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종이컵을 겹쳐 사용하며 SNS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 시내 카페 10곳을 방문해봤습니다. 이들 매장은 종이컵을 두 개 겹쳐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차가운 음료는 플라스틱 컵에 종이컵을 끼워주는 방식이었습니다.
▶ “디자인 때문에…이중컵으로 인한 카페 홍보 효과가 주된 이유”
카페 점주들에게 “왜 컵 두 개를 사용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이유는 ‘디자인’ 이었습니다. 고객들이 매장 인테리어는 물론 컵 디자인 하나까지도 '예쁜' 카페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카페 사장 A 씨는 “손님들이 컵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게 되면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카페 사장 B 씨는 “음료 맛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며 “SNS에서 컵을 겹쳐 사용하는 카페가 유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카페가 워낙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이다 보니 더 많은 손님을 끌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것입니다.
컵 사이즈와 코팅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0온스 기준으로 종이컵 개당가격은 24원 정도 입니다. 바깥 쪽에 사용하는 컵의 경우 색 한 가지를 추가했을 때 개당가격은 60원 정도라고 합니다. 컵을 한 개만 쓰거나, 컵을 감싸는 홀더를 사용할 때보다 적게는 50원에서 많게는 100원을 더 써야 하는 겁니다. 그럼에도 점주들은 ‘감수할 수 있는 비용’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감각적인 음료 컵을 쓰는 카페로 소문이 나서 얻어지는 홍보 효과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 이중컵 사용…‘소비자의 선택’ vs ‘불필요한 낭비’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20대 직장인 C 씨는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해당 카페를 보고 찾아왔다”며 “감성을 소비하는 카페에서 컵 디자인은 좋은 마케팅 방안”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다른 고객 D 씨는 “음료가 갓 나와서 너무 뜨겁거나 차가울 때 홀더보다 컵을 두 개 겹치는 게 더 유용하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부정적인 시선도 있었습니다. 한 고객은 “컵 두 개를 겹쳐 사용하면 바깥쪽 컵은 사용하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며 “환경보호를 위해 매장 내 일회용 컵을 규제하고 종이 빨대를 쓰는 시대적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결과 많은 손님이 이중컵 사용이 낭비라고는 생각했지만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종이컵은 플라스틱 컵과 비교해 친환경적이고 재활용이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 특수코팅된 종이컵…"재활용 어려워"
그렇다면 사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종이컵은 재활용 할 수 있을까요?
답은 ‘어렵다’입니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은 음료가 스며들지 않도록 내부에 PE(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종이컵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PE 코팅을 벗겨내야 하지만 분리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음료 종이컵은 일반 종이류와 함께 배출해서는 안 되고 종이컵만 따로 모아 재활용 업체에 보내야 하지만, 분리수거와 선별작업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6%로 매우 낮은 편이며, 대부분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실정입니다. 종이컵에 합성수지 성분이 있는 만큼 소각 시 유해가스가 발생해 환경문제까지 일으킨다고 합니다. 연간 사용되는 종이컵이 223억 개인 점을 고려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매장 내에서 종이컵 사용하기도 … 종이컵은 규제근거 없어
여기서 또 한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정부는 2018년 8월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카페•패스트푸드점 등 외식 업소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장 안에서 종이컵을 그것도 두 개씩 겹쳐서 사용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현행법상 매장 내에서 사용을 금지하는 일회용 컵은 ‘플라스틱 컵’ 뿐이기 때문입니다. 종이컵 사용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사용한다고 해도 제재를 가할 법적인 근거가 없습니다.
그런데 취재가 진행 중이던 11월 말 환경부가 2021년부터 매장 내 종이컵 사용 또한 금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매장 내에서 제한하는 것일 뿐, 테이크 아웃한다면 여전히 컵을 몇 개 씩 겹쳐 쓰든 상관없습니다.
▶ 대안은 없을까?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종이컵 또한 플라스틱 컵처럼 일회용 컵으로 인지하고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종이컵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가 종이컵을 이용할 때 일정 금액을 추가 부담하게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 중 만난 카페 점주들 모두 컵을 겹쳐 사용하는 것이 자원 낭비라는 점에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사용을 멈추기는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소비자의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정부 규제와 카페들의 환경보호 노력을 촉구하기 전에 소비자인 우리가 먼저 종이컵 낭비를 거부해 한 번도 쓰지 않고 버려지는 '무회용컵'이 사라지기를 바라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엄희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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