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은 앞으로 서울과학고등학교(영재고) 학생들이 졸업 후 의대에 진학할 경우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환수 조치한다고 2일 밝혔다. 이공계 인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와 달리 해마다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의대고' '의대사관학교'라는 오명이 두드러지면서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서울과학고는 교육청과 협의해 신입생 선발제도 개선 방안과 영재 학생의 이공계 진학지도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은 "영재학교 신입생의 지역편중 현상과 입시 사교육 과열 현상이 발생했고, 영재학교 졸업생의 상당수가 의학계열 대학에 진학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만큼 이번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전했다.
2019년도 졸업생 기준 서울과학고 졸업생 130명 중 30명이 의학계열로 진학했다. 23% 수준이다.
우선 학교는 서울과학고 학생들의 의학계열 진학을 막고자 △진로진학교육 강화 △교육비 환수 △장학금 환수 △교내대회 시상 제한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2020학년도 신입생부터 교육비 환수 및 교내대회 시상 제한 등 수상 실적을 취소하는 강제 방안을 쓰기로 했다. 교육비 환수는 의학계열 대학 지원 시 일반고 대비 더 많이 지원되는 금액을 말한다. 보통 1인당 연간 500만원, 3년 1500만원 내외다. 장학금 환수는 2020학년도부터 전학년 대상으로 즉각 시행한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이같은 제재 방안에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전에도 이미 일부 학교들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막기 위해 지원 교육비 환수나 학교장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 등의 방법을 써 왔지만, 결국 의대를 택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학교는 '지역 인재 우선선발 제도'를 확대 운영하기로했다. 41개 단위지역별(16개 시도·서울 25개 자치구)로 1명 이내로 우선 선발하던 것을 2021학년도 신입생부터는 2명까지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학교 측은 "여러 지역의 타고난 재능과 잠재력이 높은 인재들의 지원을 늘려 묻혀있던 영재들을 적극 발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또한 서울과학고는 선행 학습 효과를 배제하고 입시 사교육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열린 문항 출제를 확대하는 등 평가 내용과 방법을 계속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부터 당해연도 평가 문항을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 지원 학생들의 편의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고민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