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은 규모가 작지만 그만큼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텍 캠퍼스는 인공지능(AI) 중심의 스마트팩토리, 지능형 바이오·헬스케어 등 미래도시 기술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험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다."
김무환 포스텍 신임 총장은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포스코의 투자로 새롭게 추진 중인 '퓨처 시티 이노베이션 센터' 건립 계획에 대해 이처럼 밝혔다. 김 총장은 "포스텍은 영국의 주간지 타임스고등교육(THE)이 선정한 '2019년 세계 최고 강소대학' 순위에서 미국 칼텍,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다"며 "어느 국가든지 포스텍처럼 가장 앞서서 새로운 연구를 해쳐나갈 수 있는 작은 규모의 대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포스텍은 KAIST, 고려대, 성균관대 등에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대학원 설립 지원 대상에 선정돼 내년 3월 학과 개설을 앞두고 있다. 김 총장은 "앞으로 모든 산업은 AI가 이끌게 될 것"이라며 "향후에는 'AI+X' 방식으로 AI를 연구하는 컴퓨터공학과에 제조업은 기계공학과, 금융업은 수학·산업공학과 등 산업 적용 분야별 관련 학과를 연계하는 큰 규모의 AI 융합 연구센터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의 핵심 열쇠인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와 대학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우수인재 확보"라며 "최근 미국, 중국 등에서 실력 있는 교원과 학생들을 소위 말해 '싹쓸이' 해가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간다면 한국은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해외 대학들은 국내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4~5배 높은 급여를 주면서 인재들을 데려가지만,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전문가들과 얼마나 탁월한 연구를 할 수 있는지'도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라며 "포스텍은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실제 산업체에 적용함으로써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개교 33주년을 맞은 포스텍은 교원 약 300명 중 80명이 향후 5년 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스텍이 위기를 맞은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김 총장은 "포스텍 입장에서는 오히려 위기가 아니라 굉장히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5년간 새로운 분야, 유망한 분야를 연구하는 젊은 교수들 100명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껏 해왔던 것보다 더욱 유연하고 혁신적인 연구 성과가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학령인구가 줄고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대학원은 학문에 더 깊은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는 곳인 만큼 꼭 정해진 정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최근 이공계 졸업생들의 진출 분야가 기존의 이공계 직업군을 넘어 사회 각계의 리더 층으로 매우 다양해지고 있어 앞으로는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포스텍은 학부의 학과를 없애고 전공 정원도 없앴다"며 "학생 개인의 흥미에 따라 자기 주도적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고 교수 1명당 학생 수가 4명 정도로 적기 때문에 밀착 지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1일 제8대 포스텍 총장으로 취임한 김 총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자력 안전기술 분야 전문가로 1987년 포스텍 교수로 부임해 학생처장, 대외협력처장, 기획처장, 첨단원자력공학부 주임교수(학과장) 등을 지냈다. 2012년에는 원자력 사고고장등급평가위원회 위원장, 전국 대학 국제협력처장협의회 회장 등을 맡았고 2013년부터 3년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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