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맞아 쓰러진 피해자가 몇개월 뒤 사망한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 피고인의 '폭행치사'가 인정돼 유죄 판결이 나왔다. 얼굴 부위를 때리는 것은 뇌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피고인이 사망예견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민철기 부장판사) 심리로 정모(47)씨의 폭행치사 혐의 1심 공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정씨는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A(52)씨와 다투다 그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씨는 "아내에게 치근덕거렸다"는 이유로 A씨와 다투다 얼굴을 주먹으로 한 차례 때렸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바로 병원으로 이송된 A씨는 뇌출혈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다가 올 2월 사망했다.
정씨 측은 재판에서 폭행 사실은 인정하지만, 주먹으로 얼굴을 한 차례 때린 행위가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예견할 수는 없었다며 '폭행치사' 혐의는 부인했다.
검찰은 "얼굴을 폭행하면 뇌에 충격을 줘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라며 정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에게 폭행으로 인한 사망 예견 가능성을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폭행치사죄는 폭행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뿐 아니라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에, 유무죄를 판단하려면 폭행 정도와 구체적 상황 등을 살펴야 한다.
배심원 7명 중 5명은 "사망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던 일"이라며 유죄로 판단했다. 나머지 2명은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 판단을 내놨다.
양형은 배심원단 만장일치로 징역 2년이 나왔고, 재판부는 이를 참고해 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정씨 측은 판결에 불복, 지난 6일 항소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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