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 강씨(36)의 시신이 사건발생 한 달 가까이 되도록 발견되지 않으면서 고유정의 살인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라면박스 2개 분량의 뼈 추정 물체를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동물 뼈라는 결론이 나왔다.
18일에도 경기도 김포시 소각장에서 뼛조각 40여 점을 발견, 현재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500∼600도로 고열 처리된 후 1∼2㎝ 이하로 조각난 상태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 [사진 = 연합뉴스]
경찰은 고씨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해 해상에 유기한 정황을 포착, 해상에서도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할 만한 성과는 아직 없다.이렇게 되면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남편 살해사건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검찰은 고유정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DNA가 발견된 흉기 등 증거물이 총 89점에 달하고, 고유정 역시 일단 살인혐의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 공개된 전 남편 살해 피의자 고유정 [사진 = 연합뉴스]
게다가 고씨가 전 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다음 날부터 보름간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경찰은 지난 11일 열린 최종 수사브리핑에서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입하고 제주에 온 뒤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입한 점, 범행 전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차량을 제주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등을 계획적 범죄의 근거로 설명했다.
반면, 고유정은 "전남편인 강씨가 성폭행하려고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고씨 측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범행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했다.
전남편이 성폭행하려 하자 대항하는 과정에서 고씨의 오른손이 다쳤다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입증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고유정 사건 피해자 유해 찾는 경찰 [사진 = 연합뉴스]
앞으로 검찰이 보강수사를 통해 고씨의 범행동기와 계획범행 등에 대해 얼마나 충실히 입증해내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극명히 나뉠 것으로 보인다.고유정의 경우 계획적 살인, 사체 손괴, 잔혹한 범행수법, 반성 없음, 사체 유기 등이 모두 인정될 경우 형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로 인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고유정의 주장이 참작할 만한 이유로 인용될 경우 형량이 최저 3년까지 내려가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