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위안부 피해자 소송'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판사가 23일 법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소송 결과) 시나리오를 정해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밝혔다.
임 전 차장 재직 때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일한 조 모 판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25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증언했다. 조 판사는 2015~2016년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아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소멸시효 등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박근혜정부와 관계를 고려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판사는 이와 관련해 "당시에는 위안부 피해자 소송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담당 재판부의 타당성을 설명하고 외부에 (재판 결과를) 설득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게 행정처의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후적으로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돼 오해할 수 있지만 시간을 되돌려보면 그때는 전혀 그런 사전지식 없이 언론에 관심이 될 만한 사건을 검토해보라는 지시와 함께 자료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이 보고서 작성 지시를 내린 상황에 대해선 "임 전 차장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조정 사건이 뉴스에 났으니 관련 보고서를 참고하고 해외 사례를 조사해보라'고 한 뒤 소멸시효 등을 말하면서 '어려운 사건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소멸시효 등을 언급하며 부정적으로 말했는가'라고 묻자 그는 "논점들을 말하면서 '어려운 사건이니 검토해봐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말로 (위안부에 불리하도록) 작성했겠는지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 사건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인데 이런 일 때문에 재판에 부담이 되거나 방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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