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군에 여성장군이 탄생한지도 벌써 17년이 흘렀다. 여군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군인 대비 5.5% 수준으로 아직도 다른 나라들(43개국 평균 10.4%)과 비교하면 못미치는게 현실이다. 국방부는 최근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우리 군 내 여군인력 확대와 근무여건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여군 초임 간부 선발인원을 2250명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여군 장교와 함께 부사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최근 한 언론매체가 공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장기복무 부사관 전체 지원자 중 여성은 563명으로 26%를 차지했다. 10명 가량을 뽑는 여군 특임보병에는 무려 404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40대 1에 달했다.
여군 부사관이라는 직업이 궁금해졌다. 대한민국부사관여군전우회 홍춘섭 회장을 만나 여군 부사관에 대해 좀 더 들을 수 있었다. 홍 회장은 10여년 간 여군 부사관으로서 근무했으며, 전역 후 서울시 중랑구 여성예비군 2대 소대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부사관여군전우회의 초대 회장이며 국방부 (사)예비역부사관총연합회에서 여군 회장을 맡고 있다.
▷부사관이란 어떤 직업인가
― 부사관은 군대에서 장교와 병 사이에 교량 역할을 수행하는 간부로 하사, 중사, 상사, 원사의 계급을 가진 육·해·공군의 군인이다. 부사관은 전투기술 및 장비운용, 보급, 정비, 행정 및 부대관리 등의 기술과 숙련을 요하는 분야에서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부사관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설명해달라
― 부사관은 병의 법규준수와 명령 이행을 감독하고 교육 훈련과 내무 생활을 지도해야 한다. 또 병의 신상을 파악해 선도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각종 장비와 보급품 관리에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여군 부사관의 역할은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인가
― 별다른 건 없다. 여군 부사관도 남군 부사관과 역할이 동등하다고 보면 된다. 부사관은 19개의 병과와 44개의 주특기로 세부 분류돼 있다. 예전에는 행정, 재정 같은 행정병과에서 여군들이 주를 이뤘다면, 2012년부터 보병병과에도 여군이 배치됐다. 특히 2016년에 전투병과에도 투입되면서 기갑, 포병병과에도 여군 부사관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우리가 못하는 주특기는 없다. 그래서 여군 부사관의 역할이 근무에 대해서는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남군 부사관과 동일하다.
▷부사관으로 복무한 후 사회에 나간다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 부사관 복무의 장점은 관리할 수 있는 능력, 즉 리더십을 배운다는 것이다. 부사관은 병사를 데리고 최단시간 내 해당 업무를 능력치로 발휘해야 한다. 아울러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때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포괄적인 시야를 가지고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에 나가 누군가를 이끄는 리더십과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융통성을 갖고 나아갈 수 있다.
▷부사관으로서의 직업적 혜택이 있다면 무엇인가
― 부사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관사가 주어진다. 어느 오지에 배치 받아도 원룸 형태의 관사가 지급된다. 또 여군 부사관의 경우 과거에 비해 육아 휴직이 정확하게 규정돼 있어 원할 때 알아서 휴가를 챙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군이 민간 사회보다 양성평등을 표면적으로 이룬 것 같다.
▷ 정부에서 국방개혁 2.0을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여군 간부 비중확대와 근무여건 보장이 들어있는데 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개혁안에 들어갔으면 하는 것이 있는가
― 우선 여군에 근무여건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중요한 게 빠져있다. 군에는 근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24시간 동안 밤을 새면서 병력을 관리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일을 한다. 근무는 여군, 남군 상관없이 군 간부라면 누구나 서는데 여군의 경우 육아를 해야 할 시 근무를 설 때 참 힘들다. 아울러 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훈련이 하루가 아닌 5박 6일, 6박 7일 이렇게 이어지는데 그 시간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 여군 부사관이 근무나 훈련을 할 때는 주로 아이가 친척집에 가 있어야 한다. 즉,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것보다 24시간 보육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또 군대 내 여군 수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대대급 부대에는 남군이 500~600명 있는데 여군은 1~2명이다. 아예 여군이 없는 부대도 있다. 여군 수가 적다보니 군대 내 진급도 어렵다. 우리 군에는 일명 '마초정신'이라 불리는 남성 즉 남군들의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서 친목을 쌓는다던가 회식자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함께하는 그런거다. 때문에 적은 수의 여군들이 이곳에 끼는 것도 어렵고 이는 진급 누락에도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 국방 현황에서 여군 부사관의 위상은 어떠한가
― 현재 대한민국 여군 부사관의 전투력과 정신력, 열정은 전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2015년 세계 군인 체육대회가 열렸는데 그 때 우리가 전 세계에서 3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여군 부사관은 어디에 가도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는 실력과 열정을 갖추고 있다.
▷최근 여성들이 부사관에 많이 지원하고 있다. 예비 여군 간부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 단지 직업적으로 안정적이고,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부사관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도 있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보여진 것처럼 제복이 멋있어서 지원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갖고 오면 군에서 매우 힘들 것이다. 부사관은 희생해야 할 것도 많고, 사명감도 있어야 한다. 겉모습만 보고 부사관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예비 여군 부사관들에게는 담대함과 여군으로서의 품위를 강조하고 싶다. 500~600명의 남군들과 생활하는데 여자인 것을 너무 드러낸다면 남군들과 벽을 쌓게 된다. 그렇다고 스스로 여자인 것을 버리고 생활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따라서 이들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담대함과 품위 그리고 병사를 지휘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간부로서의 당당함을 가지고 군에 오기를 바란다.
(올해 신설된 정화여자상업고등학교 부사관과는 대한민국 최초 여고 부사관과다. 이 곳은 군인으로서 갖춰야 할 국가관과 리더십 등 기본 소양과 훈련, 견학, 체험활동을 통한 군인정신을 함양해 차세대 부사관 양성을 목표로 운영한다. 졸업 후 부사관, 군무원 등으로 취업이 가능하며 군 관련 학과로 진학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정소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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