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웹하드 업체의 음란물 유포 혐의 수사 과정에서 제시한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웹하드 협회 관계자들이 회원사에 제공해 증거인멸을 돕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회원사로부터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입수해 다른 회원사에 제공한 혐의(증거인멸·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 회장 40살 김 모 씨와 협회 직원 28살 A 씨를 입건했다고 오늘(31일) 밝혔습니다.
김 씨 등은 작년 9월 3일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집행 대상이 된 B 사로부터 영장 사본과 담당 수사관 인적사항이 기재된 경찰관 신분증 사본을 넘겨받아 보관하다 9월 17일 다른 웹하드 업체 C 사 요청을 받고 이메일로 영장과 신분증 사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경찰은 B 사 웹하드에 음란물을 다수 올리는 '헤비 업로더' 관련 정보를 입수하고자 압수수색영장과 담당 경찰관 신분증을 팩스로 B 사에 보냈습니다.
협회를 통해 이를 제공받은 C 사는 자사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접속, 음란물 업로드용 아이디 958개와 관련된 음란 게시물 18만여 건을 삭제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대상자를 직접 만나 영장 실물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사이버 관련 사건 등을 수사할 때는 팩스나 이메일로 영장과 담당자 신분증을 보내는 방식으로 영장을 집행해 자료를 넘겨받기도 한다고 경찰은 설명했습니다.
김 씨 등 협회 관계자 2명은 이밖에 작년 8월 경찰의 '웹하드 카르텔' 집중단속 방침이 발표된 뒤 압수수색을 받은 회원사로부터 영장 집행 일자와 집행 기관, 장소, 집행 대상 물건 등 내용을 파악해 다른 회원사들과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08년 설립된 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는 웹하드 업체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로, 현재 27개 사이트를 운영하는 19개 회원사가 가입돼 있습니다. 각사로부터 50만∼200만 원의 협회비를 매달 걷어 협회비 총액이 매달 1천 700만 원에 달합니다.
경찰은 협회 측이 C 사에 영장을 제공해 증거인멸이 이뤄진 사실은 확인했지만, 다른 회원사에도 영장이 제공돼 증거인멸로 이어진 사실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상황 공유는 증거가 남는 메시지 대신 대부분 전화통화로 이뤄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습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당한 후 협회에 영장과 경찰관 신분증 사본을 제공한 B 사 대표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협회로부터 이들 문서를 입수해 증거를 인멸한 C 사 임원을 증거인멸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증거 삭제에 가담한 C사 직원은 증거인멸 혐의로 함께 입건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협회가 회원사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상황을 실시간 파악해 다른 회원사에 중계하며 수사를 방해하고, 영장 사본을 특정 업체에 공유해 불법과 관련된 증거를 미리 삭제하도록 하는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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