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풍자화를 파손한 해군 예비역 제독이 작가에게 그림값을 물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서울남부지법 민사15단독 김재향 판사는 화가 이구영 씨가 예비역 제독 심모(65)씨와 목모(60)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이 원고에게 그림값 4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소송 비용은 원고가 70%로 더 많이 부담하라고 명령했으며, 원고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법원에 따르면 심씨는 2017년 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있던 이 작가의 그림 '더러운 잠'을 벽에서 떼어낸 후 바닥에 던져 훼손했다.
이후 목씨는 바닥에 있던 작품의 그림과 액자를 분리한 뒤 그림을 구기고 액자 틀을 부쉈다.
이 그림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최순실이 하녀로 등장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벌거벗은 여성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작품이다.
그림 훼손 행위로 심씨와 목씨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돼 이달 중순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캔버스 천에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사진과 그림을 합성한 후 수성 아크릴 물감으로 덧칠하는 기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의 시가는 400만원 상당"이라며 "현재 캔버스 천 일부가 찢기고 다수의 구김이 발생해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 주장과 달리 이 그림이 예술적 가치가 전혀 없는 단순 음화(淫畵)라고 할 수는 없으며, 인격권 침해 요소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스스로 실력을 행사한 것은 정당방위나 정당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원고가 이번 사건으로 빨갱이, 여성 혐오 작가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런 비난은 작품 내용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지 피고들의 행위 때문이 아니다"라며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이씨가 제기한 1천만원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
[디지털뉴스국 오현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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