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서 시작된 라돈 공포가 생리대, 매트리스, 온수 매트, 베개 등 생활용품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라돈은 우리가 사용하는 생활용품 외에도 대리석 등 건축자재에서도 검출됐습니다.
라돈(Rn-222)은 암석, 토양에 포함된 우라늄(U-238)과 토륨(Th-232)이 자연 붕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기체 방사성 물질로 생활 주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합니다.
문제는 검출 수치가 기준치를 훨씬 넘어서는 데 있습니다.
지난 10월 전주 한 신축 아파트 입주민은 자체 검사 결과 욕실 천연석 선반에서 많은 양의 라돈이 검출되자 시에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전주시가 측정한 라돈 수치는 권고 기준치 200베크렐(QB/㎥)의 10배 이상인 2천∼3천 베크렐이었습니다.
올해 1월 1일 이후 사업계획 신청을 한 아파트는 라돈 측정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이 아파트는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해 라돈 측정 의무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경기도 수원 한 신축 아파트 욕실 대리석 등에서도 기준치 이상인 230∼250베크렐의 라돈 수치가 나오자 입주예정자 협의회 요구로 재시공이 결정된 상태입니다.
라돈이 기준치보다 5배가 넘게 측정된 부산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부산시가 재측정 후 기준치 이하라는 결과를 발표해 주민과 마찰을 빚었습니다.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부산시가 재조사를 약속한 가운데 조만간 정부도 직접 조사에 나설 예정입니다.
침대나 매트리스, 생리대 등은 안 쓰면 되지만 '라돈 아파트 공포'는 차원이 다릅니다.
주거공간인 아파트는 당장 버릴 수도, 이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라돈 공포가 커지면서 부산 기장군은 자체적으로 내년부터 지역 내 모든 아파트를 대상으로 직접 라돈 측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환경부와 태스크포스를 꾸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 22일 '생활 방사선 제품 안전 강화대책'을 내놨습니다.
라돈이 나오는 모자나이트 등 천연 방사성 원료물질의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천연 방사성 원료물질의 사용과 이를 쓴 제품의 수입이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습니다.
또 현재 원료물질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가공제품은 한국원자력안전재단으로 이원화된 생활 방사선 실태조사 주체를 원자력안전기술원으로 일원화하기로 했습니다.
원안위는 이날 발표한 대책을 실행하기 위해 연말까지 생활방사선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안전대책을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라돈이 검출되는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제품의 제조자와 제품명을 모두 공개해 국민 건강권과 생명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방사능 우려 제품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용을 멈추고 소비자가 제품 구매를 못 하게 해야 한다"며 신속한 정부 대처를 요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라돈 검출 의심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회수조치를 하고 측정·관리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은 "현재 아파트는 환경부, 건축자재는 국토교통부, 산업 자재는 산업자원부 등 라돈을 관리하는 부처가 제각각"이라며 "측정 기준이나 관리기준도 통일되지 않아 국민 입장에서는 헷갈릴 뿐이어서 관리 주체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경북 김포대학교 환경보건연구소장은 "정부는 시민이 라돈 의심 제품을 제보하면 허겁지겁 대책에 나섰는데 이제라도 라돈 검출 의심 제품을 전수 조사해 회수조치하고 이를 폐기·회수하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며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라돈 규제가 실내공기질 측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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