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초·중·고교 한 곳당 주변에 평균 7개가량 담배소매점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 초·중·고교 200곳을 무작위 표본 추출해 각 학교 인근 교육환경 보호구역 내 담배소매점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과 가판대 등 담배 판매영업소가 평균 7개씩 분포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곳의 경우 한 학교 주변에 무려 27개소의 담배소매점이 운영되고 있었다. 심지어 문구점이나 세탁소, 서점 등 청소년이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장소에서 담배가 판매되는 경우도 적발됐다.
담배 광고 문제는 더욱 심각했다. 편의점의 경우 90%가 담배 광고를 매장 안에 노출시키고 있었다. 스티커나 실물 담배 모형, 포스터, 현수막·입간판 등으로 담배를 광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명이 들어간 디스플레이 형태 광고나 계산대 바닥에 깔개 형태로 배치된 담배 광고도 있었다.
특히 편의점 등 담배소매점의 30%가량은 담뱃갑 경고 그림이 보이지 않도록 담뱃갑을 뒤집어서 판매대에 진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담배 광고 수는 한 편의점당 지난 2016년 20.8개에서 지난해 25개를 거쳐 올해 현재 33.9개로 급증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광고가 유독 많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매점의 52.5%가 판매했지만 올해 이 비율은 99.4%로 올라갔다. 한 편의점당 전자담배 광고 수도 4.5개에 달했다.
담배소매점 수가 많은 곳 주변 학교를 다닐수록 담배 제품 브랜드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도도 높았다. 학교 주변 소매점 수가 평균(7개) 그룹인 경우 담배 제품 브랜드를 알고 있다는 인식도는 20%였지만 소매점 수가 평균 이상이면 인식도는 25.2%로 올라갔다.
담배 광고에 많이 노출될수록 흡연 욕구도 더 올라갔다. 학교 주변 소매점 수가 평균인 곳의 학생들은 12.5%가 흡연 욕구를 느낀다고 답했지만 소매점 수가 평균 이상인 곳 학생들은 18.9%가 흡연 욕구를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나 드라마 등 미디어에서 흡연 장면이 노출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125편을 분석한 결과 63편(50.4%)에서 담배 제품이나 흡연 장면이 노출됐다. 한 작품당 평균 9.1회였다. 이 기간 TV에서 방영된 지상파·케이블 드라마 가운데 시청률이 높은 15편만 뽑아 분석한 결과 8편(53.3%)에서 담배나 흡연 장면이 나왔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제한적인 담배 광고 규제는 사각지대를 이용한 또 다른 담배 마케팅을 양산할 수 있다"며 "모든 형태의 담배 소비 촉진을 야기할 수 있는 광고나 판촉, 후원 행위 등을 일절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3일 '담배 없는 미래 세대를 위한 담배 규제 정책포럼'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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