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개월 동안 파마를 위해 일상적으로 들인 돈을 합하면 94만 원이에요."
유튜브에서 유기견 입양 과정부터 일상을 공유하며 '꼬불하개파마' 채널을 운영하는 언니야 씨(활동명)는 최근 반려견 파마에게 쓴 돈을 공개했다. 한 달 평균 9만 4000원을 파마에게 사용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일상적인 비용일 뿐이다. 입양 당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파마의 건강 검진 과 치료로 초반에 사용한 돈은 183만 원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가 올린 영상에 누리꾼들은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는데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입양하는 것은 분양비 없다고 쉽게 생각하는데 덜컥 입양하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언니야 씨는 "파마의 경우 건강이 안 좋았다는 점을 미리 알고 입양했기 때문에 치료비 등 비용적인 부분을 무시할 순 없지만 생명을 살리고 가족이 되었다는 점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함을 얻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반려동물을 키울 능력이 되지 않으면 키우지 말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경제적 여건이 안 되면 처음부터 데려오지 말라는 것이다. 유기 동물들의 상당수가 병에 걸렸거나 늙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쓰는 비용은 '월 평균 10만 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70.8%로 가장 많았다. 사료비와 미용, 동물병원 진료비 등으로 사용하는 돈이다. 이어 '10만~30만 원미만'(26.3%), '30만~50만 원 미만'(2.6%) 등을 지출한다는 응답 순이었다.
하지만 반려인들은 "한 달 10만원은 평균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병원 치료비와 입원비, 강아지를 위한 다른 비용들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라는 것이다.
13년 째 반려견 삼순이와 사는 이 모씨(26)는 "노견은 일상이 병원에 가는 것인데 한 번 병원에 가면 10만원은 우습다"며 "욕심도 자꾸 생겨 좋은 사료도 먹이고 하면 돈이 많이 드는데 처음 키울 때부터 그런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키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삼순이의 수술비로 100만 원 가량을 지출했다.
위급상황에 대비해 통장을 만들기도 한다.
3마리 고양이와 생활하는 김 아영(31·가명) 씨는 "고양이가 아플 경우를 대비해 주변에 300만 원은 모으고 입양처를 알아보라고 추천한다"며 "바로 쓸 수 있는 목돈이 있어야 돈과 생명의 무게를 비교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추세에 맞춰 반려동물 전용 '펫보험'을 내놓고 있다. 반려동물의 수술·치료·입원비부터 장례비용까지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런 이유로 동물을 아무나 기르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반려동물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애니멀 호더는 동물을 기를 능력이 되지 않음에도 수집하듯 동물을 데려가 방임하거나 사육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독일 티어하임의 모습. [사진 = 티어하임 홈페이지]
독일에서는 반려동물을 아무나 기를 수 없다. 안락사 0%로 반려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유다. 독일에서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을 때는 '티어하임'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 전역에 500여 개가 있는 민간 동물보호소다.반려견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집의 크기뿐만 아니라 주변 공원의 거리·한 달 수입·산책 가능한 시간까지 꼼꼼하게 심사받아야 한다. 이런 덕분에 유기견 수를 집계하지 않을 만큼 유기견 수가 적다. 공식적인 파양도 평균 2% 정도다.
대전광역시 동물보호센터 관계자는 "동물을 기를 때 비용과 막중한 책임감이 따를 수 있으니 신중히 입양해야 한다고 안내한다"며 "한국에서는 이런 인식이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류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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