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등으로 장기간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한양대의 '병원 학교(누리봄교실)'가 폐교 위기에 놓였다.
누리봄교실은 15년 전 소아암으로 장기간 입원한 환아가 배움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뜻을 병원 측에 전달해 처음 문을 열게 됐다. 2005년 전국 최초로 교육청과 협약해 일정시간 수업에 참여하면 수업 일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누리봄교실은 장기 입원 환아들의 교육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왔다. 이후 서울삼성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병원들에서도 병원 학교를 개설해 현재는 10여개 병원에서 이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누리봄교실엔 2~3명의 아이들이 재학하지만 단기간 입원 환아도 많아 비정기적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 수는 더 많다.
소아 병동과 누리봄교실이 위치하던 한양대병원 7층이 리모델링에 들어가 교실은 현재 9층의 4평 남짓한 좁은 공간으로 옮겨진 상태다. 리모델링이 완성된 후 전처럼 누리봄교실이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한양대 관계자는 "저출산에 따른 소아 환자 감소, 병원 내 타시설 확충 등을 고려해 논의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아직 최종적으로 폐교가 결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누리봄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학생들의 얘기는 다르다. 아이들의 수업을 담당하는 한양대학교 자원봉사동아리 '한양어린이학교'의 조현지씨는 "이광현 한양대학교 병원장으로부터 폐교가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이 병원장은 지난 15년간 병원의 연속적 적자 누적으로 재정 상태가 어렵고, 저출산 등으로 소아 환자가 줄어 관련 시설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 씨는 "이번 누리봄교실 폐교 결정은 학교의 '사랑과 실천' 이념과 완전히 상충하는 것"이라며 "학교에 다니는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과 논의 한번 없이 병원 측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은 철회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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