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의 실수로 사고가 나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그를 고용한 요양병원에도 관리감독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간병인의 업무는 병원이 제공하는 의료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병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기존 관점과 달리, '요양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오늘(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송인권 부장판사)는 A요양병원에서 사고로 사망한 B씨의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항소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깨고 "병원은 유족에게 1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B씨는 2015년 A요양병원에서 화장실로 이동하다가 부축하던 간병인이 손을 놓치는 바람에 넘어져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간병인의 사용자인 병원이 관리·감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간병 계약의 당사자는 환자와 간병사회 사이에 맺어지는 것이고, 병원은 간병사회와 소개 약정을 하고 간병비 수수를 대행해줬을 뿐이므로 실질적 지휘·감독 책임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병원이 간병인 교육을 수시로 하면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까지 교육 자료에 명시했고, 간병인들에게도 병원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병원이 실질적으로 간병인들을 지휘·감독했다고 봐야 하므로 사고에 대한 민법상 책임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간병 업무가 환자와 병원 사이의 통상적인 의료 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의료법상 '병원'이나 '종합병원'이 아니라 간병인이 꼭 필요한 환자들의 요양과 재활치료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요양병원"이라며 "이런 환자들에게는 의료용역과 간병용역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인을 지정하거나 근무 조건 등을 개별적으로 협의할 수 없었고, 간병료도 진료비와 함께 병원에 지급했다"며 "B씨가 간병용역을 의뢰하고 계약한 상대방은 A요양병원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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