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소송 서류의 국외송달을 핑계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을 자연스럽게 늦추는 방안을 제시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이는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김 전 비서실장과의 이른바 '공관 회동'에서 소송을 지켜보던 청와대의 뜻을 단순히 전달받은 게 아니라 재판거래를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과 경과에 관한 설명을 미리 준비해간 단서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차 전 처장은 2013년 12월1일 오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서 김 전 실장을 만나 "국외송달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징용소송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길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했다.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지난 2일 외교부에서 압수한 각종 문건과 당시 회동에 배석한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의 진술 등을 토대로 차 전 처장이 직접 국외송달 방식을 제안한 정황을 확인했다.
당시 공관 회동은 같은 해 11월 말 "징용소송이 2012년 대법원 판결대로 결론 나면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김 전 실장이 소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전원합의체에 넘겨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기존 판단을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 차 전 실장은 여기에 국외송달이라는 절차적 문제를 구실 삼아 자연스럽게 청와대 뜻을 관철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화답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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