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해수욕장과 계곡을 비롯한 피서지에 반려견 동반출입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반려인과 비 반려인 간의 시선이 크게 엇갈린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에 대한 누리꾼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해수욕장들은 '야외'라는 특성상 반려동물 출입을 일괄적으로 규제하기 힘들어 자체기준을 두고 피서객들을 맞고 있다.
거제 와현해수욕장을 비롯한 몇 몇 해수욕장은 백사장을 포함해 반려견 출입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으며 양양 광진해수욕장(멍비치)과 태안 꽃지해수욕장 등은 반려견과 동반 입수가 가능하다. 안목해변과 제주 협재해수욕장은 백사장까지만 반려동물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5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애견인 우 모씨(24)는 "휴가철에 반려견을 집에 두고 가기 불안해 함께 데리고 휴가를 떠나고 싶다"며 "최근 늘어나는 휴가철 유기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견주와 반려견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팻트립'을 하는 반려인이 많아졌지만 이와 관련된 시설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반면 동물보다 사람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며 반려동물의 입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유 모씨(33)는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굳이 반려견을 동반 입장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오물을 치우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고 입마개 착용법을 지키는 견주도 거의 없는데 어떻게 관리를 잘 한다는 말을 믿을 수 있겠나"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특히 해수욕장 인근 식당이나 샤워장 등 위생에 민감한 곳에 대한 반대 측의 불만은 더욱 거세다. 털이 날릴 수도 있고 분비물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또 동물을 데리고 사람이 있는 시설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동물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걸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는 것.
팽팽한 의견차를 바라보는 해수욕장을 담당하는 지자체들은 곤란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강원도 한 해수욕장 관리자는 "법적 규제가 마땅히 없다 보니 억지로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오려는 사람들이나 무조건 반려견을 내보내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민원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며 "지자체나 해수욕장 별로 보다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찬반 입장의 공존을 위해 보다 명확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사진 = pixabay]
최근 '백캉스(백화점+바캉스)' '몰캉스(쇼핑몰+바캉스) 등 여름철 근교 시설로 피서를 가는 사람도 늘면서 반려견주들을 노린 '반려동물 동반출입 쇼핑몰' 정책도 생겼다. 실제 IFC나 스타필드 등 몇몇 대형 복합 쇼핑몰은 반려동물과 동반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입점 매장들이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시키면서 이들의 정책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강숙영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동반출입 관련 상품의 니즈는 충족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해수욕장 같은 경우에는 팻존(Pet zone)을 분리하는 등 찬반 모두의 공존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단위가 많이 찾는 해수욕장의 공간적 특성 때문에 안전보장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으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 등 제도를 법적으로 명확히 한 뒤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채민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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