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일 '드루킹' 김동원씨(49·구속기소)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경수 경남도지사(51)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올해 1월 의혹이 처음 제기된 지 약 7개월 만이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이후 김 지사 측과 조율을 거쳐 소환 일정을 결정할 예정이다.
박상융 특별검사보(53·사법연수원 19기)는 이날 "수사팀 17명을 보내 김 지사의 관사·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 시절 비서가 사용한 컴퓨터 확보를 위해 국회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또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김 지사 변호인과 협의해 소환 일정을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했다. 소환은 이르면 오는 5일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압수수색 영장에 김 지사를 '김씨 공범'으로 적시했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업무방해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특검팀은 최근 김 지사와 주변 인물들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김씨 등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이 '산채'라고 부르는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앞서 경공모 회원 다수로부터 "김 지사를 상대로 시연회를 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김 지사가 실제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이후 댓글 조작을 승인하고 작업 내용을 보고 받았는지 등을 밝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킹크랩 시연회는 김씨가 지난 5월 공개한 옥중편지에서 처음 언급됐다. 김씨는 편지에 "김 지사가 2016년 9월 파주 사무실에 왔을 때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댓글 기계'에 대해 얘기했다"고 적었다. 또 "얼마 뒤 김 지사가 카니발 차량을 타고와 사무실 2층 강의장에서 킹크랩을 직접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것(킹크랩)을 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또 질 수 있다고 하자 김 지사가 (댓글 조작을) 허락했고 이후 매일 같이 댓글이 조작된 기사들의 목록을 보안 메신저로 보고했다"고 했다. 앞서 김 지사는 "김씨 사무실을 두 차례 방문한 적은 있지만 킹크랩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특검팀의 어떤 조사든 당당하게 응하겠고, 힘들고 어려워도 끝까지 이겨내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경찰 조사에서 충분히 소명했던 사안들이 마치 새롭게 밝혀지고 확정된 것처럼 일부 언론에 마구잡이로 보도돼 '망신주기', '흠집내기'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심히 유감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 지사는 이날 하루 연차휴가를 내고 부인과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였던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6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한편 김 지사는 이날 자신과 동명인 김경수(58·17기) 전 대구고검장을 비롯해 허치림(50·33기)·문상식(46·33기)·오영중(49·39기)·김태형(35·41기)·김형일(36·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창원 = 최승균 기자 / 송광섭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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