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고 신고하고 변명으로 일관한 아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18일 부산지법 형사5부(최환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A 씨(30)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평소 아버지(56)가 어머니와 자주 다투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별다른 일을 하지 않던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자 불만이 많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자 A 씨는 몰래 주거지를 마련해 어머니를 따로 살게 했다.
A 씨는 아버지와 대화 도중 "집을 기증하겠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말다툼을 벌인 끝에 아버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A 씨는 안방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를 부엌에 있던 흉기로 수차례 찔러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A 씨는 아버지가 자살했다고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수사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말리기만 했다", "자살을 시도한 아버지를 말리던 중 살해했다"고 진술을 수차례 번복했다.
A 씨는 법정에서도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은 인정하나 아버지가 흉기로 자해하는 것을 말리다가 "죽여 달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흥분해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지 고의로 살해한 것은 아니라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평소 아버지가 진로 문제 등으로 A 씨와 갈등을 겪어왔다는 가족 진술과 정황을 종합해보면 A 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아버지가 자해나 자살을 할 만한 합리적인 동기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계존속을 살해하는 것은 자신을 낳고 길러준 부모의 생명을 빼앗는 반인륜적인 범죄"라며 "동기를 고려하더라도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하지만 A 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진정으로 잘못을 반성하는지 의문"이라며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해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의미를 깨우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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