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에서 수감자들에게 나눠줄 온수통을 옮기다가 화상을 입은 수감자에게 국가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4단독 이영풍 부장판사는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6천여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던 A씨는 2014년 2월 말 다용도실에서 다른 수감자들에게 나눠줄 온수통을 옮기다 쓰러졌습니다. 이때 플라스틱 우유 상자 위에 세워뒀던 다른 온수통까지 쓰러지면서 100℃가 넘는 뜨거운 물이 몸에 쏟아져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온수 배식을 하는 중간중간 찬물을 온수통에 보충하려고 뚜껑을 꼭 닫지 않은 게 일을 키웠습니다.
A씨는 평소 다른 수감자 한 명과 함께 온수 배식을 했지만 사고 당일엔 동료 수감자가 바빠 혼자서 일을 했습니다.
A씨는 국가의 관리 소홀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국가는 A씨가 구치소에서 제공한 온수용 받침대를 쓰지 않고 임의로 우유 상자를 사용하다 사고가 난 것이라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그러나 A씨 등이 이런 식으로 몇 달씩 온수 배식을 해 온 것을 구치소 측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고 당일 A씨 혼자 작업하게 놔둔 것도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치소가 제공한 온수용 받침대 역시 별다른 고정장치가 없는 데다 면적도 우유 상자와 다를 게 없어 안전성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이 부장판사는 다만 온수통에 화상의 위험을 알리는 주의사항이 적혀있고, A씨가 온수통 뚜껑을 제대로 잠그지 않은 것이 손해를 키우는 데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며 A씨와 국가의 책임을 절반씩 인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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