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삼성증권 배당착오 사태와 관련해 잘못 들어온 주식을 매도한 전·현직 삼성증권 직원 8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일부는 회의실에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조사돼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 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문성인)은 자본시장법 위반, 컴퓨터 등 사용사기, 배임 등 혐의로 전 삼성증권 팀장 지 모씨(44)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과 함께 고발된 11명은 고의성이 약하다고 판단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으며 2명은 아예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지난 4월 삼성증권에선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 대신 1000주를 배당함으로써 실제로 발행되지도 않은 주식이 직원들의 계좌로 잘못 들어가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주를 배당받은 삼성증권 직원 중 16명은 자신들에게 배당된 주식이 잘못 입고됐음을 알면서도 곧바로 501만주를 시장에 매도해 부당이득을 얻고자 했다. 또 다른 직원 5명은 주식을 팔려고 내놨지만 거래가 성사되지는 않았다.
검찰은 16명 중 팀장급 지 씨와 과장급 구 모씨(37), 최 모씨(33) 등 3명은 적게는 205억, 많게는 511억원 상당의 주식을 여러차례 나눠 팔아 고의성이 강하다고 보고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주가가 직전 가격 대비 3% 변동하거나 전일 가격 대비 10% 변동할 경우 2분간 매매가 중지되고 단일가 매매로 전환되는 '변동성 완화장치(VI·Volatility Interruption)'가 수차례 발동됐음에도 계속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지씨 등 4명은 회의실에 모여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구속 기소된 정 모씨(28) 등 5명은 3억원~279억원 상당의 주식을 1~2회에 걸쳐 팔았다. 검찰은 5명의 메신저 대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고의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 대부분은 욕심이 생겨서 매도했다고 인정했다"며 "당시 500억원 상당의 큰 돈을 처분하면 아무리 적어도 10~20% 정도는 얻을 수 있다는 찌라시가 돌았는데, 피의자들이 여기에 현혹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기소된 8명이 결제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정상적인 거래인 것처럼 속여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삼성증권이 이들의 주식 매매 결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92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배임 혐의도 추가했다. 갑작스런 주식 매도에 따라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전일 대비 12%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불기소 처분한 13명은 매도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계약 체결 즉시 상사에게 보고하고 주문을 취소하는 등 참작 사유가 있었다. 배당금을 잘못 입력한 증권관리팀 직원은 매뉴얼 대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버튼을 잘못 누른 것으로 파악돼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해당 직원에 대한 처벌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검찰 측은 전했다. 검찰은 공매도, 선물매도 세력과 연계된 시세조종이 있었는지도 면밀히 수사했으나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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