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9시 인천 남동구 석암고가교 일대는 그야말로 '전쟁통'이었다.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츨근 차량들이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고가 주변은 차량이 거의 서 있다시피해 마치 거대한 주차장을 보는 듯 했다. 특히 고가도로와 일반도로가 갈리는 지점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보니 승객을 태운 버스는 곡예운전을 하듯 고가도로로 차선을 변경하며 무리하게 끼어들곤 했다. 뒤따라 오는 차량은 거북이 운행을 해야 했고 화난 운전자가 거친 욕설과 날 선 경적소리를 쏟아내는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간석동에 거주하는 대학생 문선호 씨(25)는 "버스가 고가로 올라가야 하는데 정류장이 고가와 일반도로의 갈림길에 있어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계속 정체가 발생한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승객을 태운 버스가 일반도로에서 고가도로로 차선 변경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승객을 태울 때 일반도로 이용 차량이, 차선 변경을 할 때는 고가도로 이용 차량이 줄지어 멈춰서는 광경이 자주 연출된다. [사진 = 채민석 인턴기자]
무리한 끼어들기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인천에서 23년간 택시기사로 일했다는 박 모씨는 "이런 정류장이 꽤 있지만 이렇게 고가 옆에 딱 붙어있는 정류장은 없다"며 "버스가 끼어들기를 하는데 굉장히 위험하고 실제 사고로 이어진 적도 꽤 있다"고 지적했다.
버스 정류장의 위치 선정과 사전 설계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남동구청의 한 관계자는 "(해당 정류장이) 교통체증을 일으킬 만한 소지가 있다"며 "시에서 정류장 설치를 명령하면 구청에서 이를 검토하는데 지역이 넓고 정류장이 많다 보니 생긴 문제 같다"고 설명했다.
정류장이 혼잡을 유발하는 지역은 이곳만이 아니다.
서울특별시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디지털3단지사거리' 정류장은 이미 인근 주민들과 누리꾼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해당 정류장 역시 수출의 다리와 일반도로가 나뉘는 갈림길에 버스 정류장이 있다.
한 누리꾼은 "정류장이 고가 바로 밑에 있어 차 막힐 때는 말 그대로 헬(Hell)"이라면서 "20분이면 통과할 거리를 1시간 넘게 걸려 통과한 적도 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인터넷상에서는 교통 혼잡을 유발하는 정류장의 위치를 공유하고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팁 등을 공유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흑석역·명수대현대아파트 정류장. 일반적인 정류장과 달리, 인도를 보고 앉아야 한다. [사진 = 송승섭 인턴기자]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도 불편하고 자칫 사고위험 가능성도 있는 곳에 설치된 정류장도 있다.서울 흑석동에 있는 흑석역·명수대현대아파트 정류장은 외벽이 인도가 아닌 도로 쪽에 지어졌다. 도로를 바라보고 앉는 일반적인 정류장들과 달리, 인도를 보고 앉는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외벽을 세울 자리에 고압선로와 하수관로가 지나가 설치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외벽 설치를 원했던 주민들과 협의로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 정류장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매우 불편하다는 입장이었다. 버스를 타는 과정에서 공간이 좁아 넘어질 뻔하거나 오는 차량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인애 씨(24)는 "벽에 시야가 가려 뒤에 오는 차량이 보이지 않는다"며 "버스가 올 때마다 뒤돌아서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송승섭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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