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MB, 재판 불출석은 위법…재판 나와라" 경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자신의 두번째 재판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하자 재판부가 "출석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이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질책하고 향후 모든 재판에 나올 것을 명령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건강 상태가 이 정도인 걸 이해 못하는 것 아니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정식 공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그는 지난 25일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증거조사 기일엔 출석하기 어렵고,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확인할 게 있어 출석을 요청하면 법정에 나오겠다"는 취지의 불출석사유서를 재판부에 냈다. 반면 재판부는 이를 거부하고 그의 변호인단과 구치소를 통해 출석을 요청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변호인단에게 "지난 재판에서 본 바로는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니라고 보이고,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 기일에 출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매 기일 출석을 명한다"며 "만일 피고인이 이런 설명을 듣고도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인치 등)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께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나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계신다 생각했다. 전직 대통령께서 법률적인 의무나 이런 부분을 다 알고 불출석을 결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피고인이 안 나온 만큼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12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한편 그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이날 재판 직후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약간 화를 내셨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재판을 연기해 달라고 하면 지연시킨다는 비난을 받을까 싶어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 진행이 가능한지 물었고, 의사 표시를 하면 일정한 절차를 거쳐 불출석 재판이 진행된다고 들어 그렇게 한 것"이라며 "왜 문제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앞으로 예상되는 진행 상황을 물어봐 인치될 가능성 등 법에 정해진 절차를 설명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앞으로의 재판도 건강 상태를 보고 참여 여부를 결정하실 듯하다"고 설명했다.
[부장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