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자격증 없는 `부동산실장` 단순 업무보조는 위법 아냐

서울서부지법 최지경 형사3단독 판사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으면서도 다른 중개사의 상호를 사용해 중개업무를 한 혐의(공인중개사법 위반)로 기소된 지 모씨(4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지 씨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사무실 상호를 빌려줘 재판에 넘겨진 공인중개사 최 모씨(52)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공인중개사무소 실장이 정식 공인중개사 명의나 상호를 빌려 고객을 속이거나 단독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실제 중개사가 관여했했고 업무 보조자 수준에서 계약을 도운 이른바 '부동산실장'을 처벌할 수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이다.
최씨 사무실 실장이었던 지씨는 최씨 사무실 상호를 이용해 중개 업무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3월 최씨는 임대차계약 체결 과정을 지켜보다가 계약서의 중개인 서명란에 직접 서명·날인했다. 지씨는 '공인중개사 실장', 최씨는 '공인중개사 이사'라고 각각 다르게 적힌 명함을 고객에게 건넸다. "지씨가 공인중개사인 것처럼 고객을 오인하게 하거나, 독자적으로 중개사 상호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최 판사가 판단한 이유다. 최 판사는 "공인중개사가 타인이 자기의 성명 등을 사용해 중개 업무를 하게 했다고 하려면 (공인중개사가)실질적으로 중개 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