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이 조계종 고위 관계자들의 비위 의혹을 공식 제기하면서 MBC와 조계종간 갈등이 심화하는 양상입니다.
어제(1일) 오후 11시 10분부터 2일 0시까지 방송한 'PD수첩'은 '큰 스님께 묻습니다'란 주제로 조계종 큰스님들인 설정 총무원장과 현응 교육원장의 비위 의혹을 다뤘습니다.
제작진은 방송에서 두 스님을 둘러싼 숨겨진 자녀, 학력 위조, 사유재산 은닉, 성폭력, 그리고 유흥업소 출입 등 갖가지 의혹을 소개하며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설정스님은 자필 이력서에 서울대라고 기재한 사실이 알려지며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설정스님의 대담집에서도 ‘서울대학교에 들어가다’라는 소제목에 관련 내용이 기재됐습니다. 또한 10여 쪽에 걸쳐 서울대 입학과 대학 생활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고 서울대에서 촬영한 사진까지 제시했습니다.
‘PD수첩’이 확인한 결과 설정스님의 속세명 전득수는 서울대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설정 스님은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조사 결과 설정스님은 서울대학교 농대 원예학과가 아닌 서울대학교 부설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송에 앞서 MBC가 예고편을 공개하자 설정스님은 "'PD수첩'이 불교계 일각의 의혹 제기를 비롯해 소송 중에 있어 객관적 사실로 특정되지 않은 사안까지도 포함해 방송을 제작했다"며 지난달 25일 법원에 방송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현응 스님도 지난달 30일 법원에 방영 금지 요청을 한 데 이어 전날 기자회견까지 열고 "방송에서 허위사실이 드러난다면 MBC 최승호 사장은 방송계를 떠나라"며 "방송 내용이 사실이면 승복을 벗겠다"고 배수진을 쳤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전날 "방송을 금지해야 할 정도로 피보전 권리나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고도의 소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일단은 MBC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MBC는 "법원이 방송의 공익성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치밀한 취재를 통해 객관적 근거들을 제시했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준비한 내용을 예정대로 방송했습니다.
'PD수첩' 진행자인 한학수 PD는 방송 말미 "불교의 위기"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조계종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입장문에서 "출가수행자의 청정성과 도덕성은 교단 스스로 확립해 나가야 한다"며 "제35대 총무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한국불교에 희망이 없다는 각오로 제기된 의혹과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법을 위반해 취득한 자료를 'PD수첩'에 제공한 불교닷컴, 불교닷컴과 치밀한 공모 하에 무분별한 의혹 제기의 주장을 여과 없이 방송프로그램으로 제작한 MBC 최승호 사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불교를 파괴하기 위한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조계종은 아울러 조만간 'PD수첩' 방송 내용에 대한 공식 반박을 내는 등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여 양측과 이들을 각각 지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첨예한 갈등이 지속할 전망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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