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던 20대 남성이 1시간 만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졸업증명서를 떼러 왔다는 이유로 교문을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 측의 허술한 출입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2일 서울 방배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3분 서울 서초구 방배초등학교 교무실에서 양 모씨(25)가 이 학교 여학생에게 흉기를 들이민 채 인질극을 벌였다. 학교보안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경찰특공대와 기동타격대를 현장에 급파했다. 양씨와 대치하던 경찰이 대화를 시도하며 물을 건넸고, 양씨가 물을 마시던 중 갑자기 간질 증세를 보이자 경찰은 이틈을 타 낮 12시43분 양씨를 덮쳐 검거했다. 인질로 잡혔던 여학생은 무사한 상태로 양씨가 검거된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양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께 방배초 졸업생이라면서 졸업증명서를 떼기 위한 민원인 신분으로 학교를 찾았다. 방문 매뉴얼대로라면 외부인은 신분증을 받고 방문기록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학교 보안관은 졸업생이라는 말만 믿고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관계자는 "젊은 사람이고 졸업생이라고 하길래 보안관이 믿고 들여보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교측은 위기상황 발생시 매뉴얼 대로 경찰에 신고를 하고 방송을 통해 학생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당시 학교측은 '긴급상황이다. 교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방송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학교측은 애초 외부인 출입에 따른 출입기록 작성과 출입증 발급 등을 매뉴얼대로 하지 않아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보안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에 신미애 방배초 교장은 "평상시 방문기록서 등 잘 작성해왔는데 이날만 실수가 있었다"며 "보안관에 대해 징계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서울 계성초등학교에서 고교 중퇴생이 흉기를 휘둘러 초등학생 6명이 다치는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이후 또 다시 초등학교 안전이 무방비임이 노출되면서 초등학교 정문 보안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초등학교 관계자들은 출입 보안관리에 구멍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졸업증명서 등 증빙서류를 떼기 위해 외부인이 초등학교에 방문할 때 해당 학교 졸업생인지 여부 등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며 "하루에도 수십명의 외부인들이 학교를 방문하는 상황에서 의심이 간다고 무턱대고 신상을 캐묻기도 곤란하다"고 전했다.
형법상 인질강요 혐의로 체포된 양씨는 발작증세를 보여 현재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양씨가 진정되면 교내로 진입한 경위와 자세한 범행 동기, 범행에 쓴 흉기 출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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