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자 교육부가 학종의 판단 근거가 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신뢰도 제고 방안을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대상 1호로 정했다. 당초 교육부는 3월 말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을 발표하려 했으나 이를 미루고, 방안을 확정짓기에 앞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29일 교육부는 숙려제 대상 선정위원회를 열고 학생부 기재요소를 정비하는 신뢰도 제고 방안을 첫 국민참여 정책숙려제 대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숙려제는 교육부가 잇단 정책 혼선으로 비판을 받자 올해 1월 들고나온 대안이다. 국민 관심이 높은 정책이나 발표 후 심각한 갈등이 예상되는 정책의 경우, 발표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의견수렴을 하고 토론 등을 통해 대안 모색을 위한 창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학종의 경우 학교 현장에서는 현행 학생부 기록 체계가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기재 과정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학종을 폐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빗발치고 있으며 교육부 국민 소통 누리집인 '온-교육'에도 학종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가장 높은 공감수를 얻고 있다. 이에 지난해부터 학생부 기록 방식을 개선하기로 하고 정책 연구를 해왔던 교육부는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국민들의 의견을 한 번 더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이날 교육부가 함께 내놓은 숙려제 세부방안에 따르면 숙려제는 ▲안건 발굴 ▲선정위원회 심의 ▲소통계획 수립 ▲국민 의견수렴 ▲ 정책 결정 등 5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안건이 정해지면 의견수렴 방안 등을 포함한 소통계획을 세워 발표하고, 국민이 직접 학습·토론 과정을 거쳐 정책 대안을 만들어 정부에 권고하는 식이다. 이때 '국민 의견수렴'을 위해서는 '교육정책 모니터링단'과 패널 등에 설문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정책 모니터링단은 교사, 학부모, 학생, 전문가 그룹으로 나눠 1만5000여 명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전국의 초·중·고와 교육 유관기관에서 신청을 받았으며 편중되지 않도록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정책 수립·집행 과정에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선을 빚자 책임을 피하려고 '면피용' 제도를 시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이나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등 논란이 컸던 교육정책들은 뾰족한 대안도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것이 문제지 여론이 불투명하거나 의견수렴 창구가 없었던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견해가 많다. 특히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은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이 연기됐을 때부터 교육부가 고민해 온 사안이다. 10개인 기재 항목을 7∼8개로 줄이고 글자 수를 제한하는 한편, 소논문·자율동아리 활동 등 세부항목을 없애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여론 수렴 기회가 적지 않았음에도 발표 시점이 임박하자 숙려제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국민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정책숙려제 운영의 핵심은 다양한 의견과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라며 "이를 수행하고 결정할 정책숙려제 선정위원회와 국민의견 수렴(교육정책 모니터링단 조사, 시민정책참여단 등)에 참여하는 인사의 구성과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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