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기자를 고소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경찰에 출석했다. 22일 오후 1시 50분께 정 전 의원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나타나 "프레시안 기자들을 고소해 출두했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의원 측 김필성 변호사는 "정 전 의원의 2011년 12월 23일 일정이 다 사진에 들어있다"며 "사진을 입수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를 고소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 문제는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언론기관"이라며 "미투 피해자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복당 신청이 불허된 정 전 의원은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의 변호인단이 이씨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오전 '이윤택 사건 피해자의 공동변호인단'은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감독이 피해자들에 대한 회유와 협박, 범행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공동변호인단 대표로 나선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는 "선배나 가까운 지인을 통해 피해자들을 회유하거나 고소 취소를 종용하는 일이 계속돼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 전 감독이 성폭력 뿐 아니라 단원의 고막을 파열시키거나 머리를 강제로 자르는 등 상습적인 폭행을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전 감독의 재산형성 과정에서도 의문점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노종언 변호사는 "매년 개최하는 밀양여름축제에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상당한 돈을 지원받았고 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공연지원비를 받았지만 어떻게 사용됐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이 전 감독은 입단한 단원들에게 통장을 개설하게 한 뒤 재무담당 직원이 이를 보관하게 했다"며 "단원들이 극단을 나온 뒤에도 이 통장이 사용된 경우가 있었고 본인 동의 없이 벌어진 일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단원들이 월 50만~60만원 가량의 돈만 받고 연극활동을 했다"며 "극장이나 단원 숙소를 짓는 과정에서 직접 벽돌을 나르거나 배관공사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후 이 전 감독이 단원들의 숙소로 사용되던 서울 수유동 소재 건물을 급매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경찰이 영장에 적시한 24건의 성추행 범죄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성폭력 혐의도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 범죄가 이뤄진 2017년 1월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는 21일 이 전 감독에게 상습강제추행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연희단거리패 극단원 17명을 상대로 성추행 및 성폭행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한 2010년 4월 15일부터 2016년 6월까지의 피해자 8명에 대해 이뤄진 범죄 24건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법원은 "이 전 감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2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다"고 밝혔다. 그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3일 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장원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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