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김치녀·한남충 사용하면 처벌받는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김치녀'와 '한남충'은 많이 사용되는 단어다. 김치녀는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여성 혐오 용어이며 한남충은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남성 혐오 표현이다. 앞으로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은 법적처벌을 받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 13일 혐오표현 규제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혐오 표현을 사용한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법안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수 있다. 혐오 표현으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며, 혐오 표현이 악의적인 경우에는 손해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현재 인터넷 상에서 확산되고 있는 특정 성별, 직업 또는 지역에 대한 혐오성 발언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분명히 금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혐오 표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게 하고 법원이 혐오 표현의 피해자를 구제조치 할 수 있게 하는 등 혐오 표현 규제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김부겸 의원은 "혐오 표현의 피해자들이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받고 있으며 지속된 혐오 표현은 소수자나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적대감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표현은 물리적 공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사회를 분열시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에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치녀와 한남충 같은 특정 성별 혐오 표현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 16곳의 게시물 100개와 해당 글에 달린 댓글 10개씩을 분석한 결과 특정 성을 비하하는 표현은 153건으로 확인됐다. 이중 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한 누리꾼은 "남자친구와의 더치페이 고민을 올렸더니 '김치녀'라는 혐오 표현이 난무해 상처를 받았다"며 "이후 커뮤니티 활동을 접었다"고 말했다.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용어 외에도 '맘충'(벌레 같은 행동을 하는 아기엄마)과 '애자'(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 '틀탁'(노인을 비하하는 표현) 등과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단어도 빠르게 양산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과 이주민 등 소수자와 약자들이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여성의 83.7%, 장애인의 79.5%가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은 이미 이런 표현들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혐오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1억원의 벌금을 낸 사례가 있다. 또한 2014년 한 일본우익단체는 재일조선인에게 '한반도로 돌아가라'는 의미의 표현을 사용했다가 벌금형을 내야했다.
독일에서는 한 기업이 온라인 상에 혐오 표현이 포함된 게시물을 올렸다가 지우지 않아 650억원의 벌금형에 처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등도 차별적인 혐오표현에 대해 벌금과 징역형으로 강력히 다스리고 있다.
해당 법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남자와 여자가 싸워야 할 대상이었다면 나는 태어나지 못했다"며 "뉴스나 온라인 상에서 김치녀, 한남충 단어들을 볼 때마다 눈살을 찌푸렸는데 이제는 나아지겠다"고 평가했다. 이어"'성별'은 싸움의 중심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혐오 표현을 사용해 너무 대놓고 편을 가른 느낌이었는데 법적으로 압력을 가해 이를 막는다니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법안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누리꾼은 "좋은 법안이긴 하지만 이게 과연 잘 사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어디까지가 모욕하는 말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있으나마나한 법이 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이지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