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원을 들여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한 예술작품이 고철로 처분돼 논란이 되고 있다.
17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구청 관광시설사업소가 지난달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 확장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설치미술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 '꽃의 내부'(사진)를 철거했다. 확인 결과 철거 작품에 있던 철골 구조는 고철로, 플라스틱 등은 폐기물로 각각 처리됐다.
이 작품은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국제공모를 거쳐 2010년 12월부터 3개월여 공사 끝에 완공됐다. 세계적인 조각가이자 대지미술의 대부로 추앙받는 미국 출신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으로 국·시비 8억 원이 투입됐다. 오펜하임이 작품 완성을 목전에 두고 2011년 1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됐다.
꽃의 내부를 형상화한 작품은 가로 8.5m 세로 8m, 높이 6m 규모에 스테인리스 스틸파이프와 폴리카보네이트 반달봉을 소재로 만들어졌다. 사람들이 9개의 꽃잎 사이를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꽃잎 주변에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돼 멀리서 보면 마치 바다 위에 한 송이 동백꽃이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꽃의 내부'는 완공 이후 해운대해수욕장을 찾는 관광객들로부터 포토존으로서 오랫동안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곳곳이 파손되고 녹이 스는데도 아무런 보수 작업 없이 방치됐다. 특히 2016년 10월에는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어 작품 곳곳이 손상되기까지 했다.
해운대구청 측은 지난달 작품을 철거하기로 최종적으로 결정했지만 부산 미술계와 작품 선정 작업에 참여한 부산비엔날레 조직위에 철거 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꽃의 내부'의 저작권을 가진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족 측에도 사실 통보는 없었다.
최근 작품철거 사실을 확인한 부산비엔날레 조직위는 "사전에 미술작품 철거와 관련해 논의한 적은 없었고 미술작품을 물건이나 상품처럼 고철로 처분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오펜하임 가족에 이 문제를 협의하고자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는 "철거를 해달라는 민원이 수차례 있었다"며 "지난해 2월 부산비엔날레 측과 통화하면서 '작품 소유권이 해운대구에 있다'는 답변을 들어 철거 때 별도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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