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롯데, LG, 한화, 한진, GS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7일 박 전 대통령의 속행 공판에서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13명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채택된 증인에는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 김영태 SK그룹 부회장, 하현회 LG그룹 부회장, 소진세 롯데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사장), 박영춘 SK수펙스추구협의회 팀장(부사장), 김시병 부영그룹 사장 등 대기업 고위 임원들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다음달 중 기일을 정해 이들을 증인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강요한 혐의에 대해 물어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경우 재판부는 기일을 조정하고, 재조정한 뒤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강제 구인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증인신문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증인 신청을 아예 철회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기업총수들의 무더기 증인 채택에 대해 "검찰이 꼭 증인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기업총수들에게 망신을 줘 보여주기식의 소환인 것 같다"며 "사법부가 기업의 현실을 존중해주고 불필요한 소환 등은 최소화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23일 처음 열린 박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은 이날 100회째를 맞았다. 1심 재판이 100번 넘게 열린 건 매우 이례적이다. 이날 재판 역시 박 전 대통령이 출석을 거부해 피고인 없는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 사선변호인단 총사퇴 이후 '정치 탄압'을 이유로 재판과 수사를 모두 거부하고 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2시 321호 법정에서 형사2부(부장판사 이우철) 심리로 우 전 수석의 구속적부심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우 전 수석은 불법 사찰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에 관여했다는 혐의 사실에 다툴 여지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 등과 공모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등 공직자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다. 또 과학기술계 인사와 진보 교육감들 상대로 뒷조사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 끝에 서울중앙지방법원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한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지난 25일 "구속이 합당한지 심사해달라"며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그의 석방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또 이날 오전 10시 30분 319호 법정에서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조윤선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조 전 수석은 정무수석 재직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씩 총 5000만원의 특활비를 받은 혐의(뇌물) 등을 받고 있다. 그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 결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했다. 임시국회 종료가 내달 9일로 미뤄져서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는 이 의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려면 국회의 체포동의가 필요하다. 이 요구서는 대검찰청을 거쳐 법무부에 접수된 뒤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로 넘어갈 예정이다.
[송광섭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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