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박영수특별검사팀의 질문을 끊고 짜증을 내면서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20일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의 뇌물공여 혐의 등 항소심 15회 공판에 최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1심 재판에도 증인으로 나왔지만 당시 특검이 딸 정유라씨(21)를 갑작스레 증인신문 한 것에 항의하며 증언을 거부한 바 있다.
특검은 지난해 1월초 삼성이 170만 유로 상당의 그랑프리급 말 '카푸치노'를 사려다가 다리 부상을 이유로 취소되는 과정에 최 씨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특검은 지난해 1월 11일 삼성전자 황성수 전무(55)와 박상진 사장(64)이 주고받은 말 구입 관련 문자 메세지, 황 전 전무와 최씨간 통화 내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씨는 "말은 삼성이 전적으로 소유권을 갖고 있었고 삼성 반대로 못 샀다"며 "(승마지원) 자체를 제 딸을 위해 시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전제로 물어보면 대답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이 카푸치노 대신 비타나와 라우싱을 사게 된 것에 대해서도 "(정)유라만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삼성이 선수 6명을 선발하기로 한 중장기 로드맵에 따른 말 구입"이라고 주장했다. 비타나 구입 당시 정씨에게 "네 말처럼 타면 된다"고 언급했다는 질문에는 "기억이 없지만 그럼 남의 말처럼 타라고 하냐"고 신경질을 냈다.
이후에도 특검이 말 구입 관련 질문을 이어가자 "검사가 독일을 갔다 오거나 말에 대해 연구해야 하는데 돈으로 (말 등급을) 밀어붙이고 있어 답답하다"고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특검이 "답변이 이해가 안간다"고 말하자 최씨도 "이해가 안 가는건 서로 마찬가지"라고 맞받았다.
또 특검이 "박 전 사장이 최씨로부터 '삼성에 도와드릴 게 있으면 말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고 최씨에게 묻자 "저는 삼성하고 어떤 거래도 얘기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지난해 2월 15일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간의 독대에 관여한바 없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독대 전후 박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면담 관련 이야기를 했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대통령을 무시하는 이야기"라고 발끈하며 "총수 면담에서 뭐 들을게 있다고 관심이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계속해서 재판진행을 방해하자 "왜 저런 질문하는지 머릿속에 생각하지 말고 물어보는 질문에 아는 것만 말하라"고 수차례 경고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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